[데스크라인]상생의 계절, 그들이 남인가

◆모인 산업기술부장 inmo@etnews.co.kr

 올해의 경기전망이 안개속을 헤매고 있다. 한쪽에서는 곧 좋아질 것이라고 하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계속 비관적인 수치만 내놓고 있다. 유가는 계속 치솟고 있고 환율 불안은 가중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라크 사태와 북한의 핵 문제가 조기에 매듭지어지지 않으면 세계 경제는 미궁 속으로 빠져들지도 모른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대기업을 비롯한 주요 기업들의 지난해 실적이 좋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매출 40조5000억원에 7조원가 넘는 순익을 달성했다. 세계 IT기업을 대표하는 인텔의 실적을 능가하는 규모다. LG전자도 18조5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직 최종 집계가 끝나지 않았지만 LG전자도 상당규모의 순익을 달성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같은 실적은 세트업체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부품·소재업계의 향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이 이익을 남기고 이를 추구하는 것은 어쩜 당연한 것이다. 생존 측면에서 기업은 반드시 이익을 남겨야 한다. 그래서 경기침체에서의 좋은 실적은 더욱 빛을 발하기도 한다. 그러나 기업생존과 이익이 결코 직결되는 것만은 아니다. 절제와 균형이 뒤따르지 않으면 무너지고 만다. 다시말해 단기적인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합리적인 활동도 포함된다.

 성과 이면에 숨어 있는 땀과 희생을 간과해서는 곤란하다. 기업의 도덕성과 윤리 문제가 특히 강조되는 것도 그 까닭이다. 그 때문인지 대기업마다 윤리강령을 제정해 놓고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그들의 윤리강령이란 게 실천적 윤리강령과는 너무나 거리가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 세트업체의 압력에 굴복해 부품업체들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공급가를 낮춘다면 그것은 실천적 윤리강령과는 거리가 먼 일이다. 협력업체들의 한숨소리가 이쪽저쪽에서 터져 나온다면 그것은 방만한 경영의 시초를 알리는 일이다. 수직적·종속적 관계를 외치고 협력업체보다는 하청업체라는 표현을 즐기며 그들을 누르기만 한다면 그것은 실천적·합리적 활동과는 거리가 있는 일이다. ‘받으려면 받고 말려면 말라’는 식의 고압적인 태도는 절제와 균형의 경영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횡포다.

 그러나 현실은 너무나 극과 극에 닿아 있다. 세트업체들은 생존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하고 부품업체·협력업체들은 그들 때문에 허리가 굽는다고 한다. 경기가 불투명할수록 극과 극의 거리는 멀어질 것이다.

 매년 존경받는 기업으로 꼽히는 미국의 GE사는 올해에도 또다시 이 부문의 1위를 차지했다. 한마디로 투명경영뿐 아니라 장기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경영을 높게 평가받은 때문이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과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순위에 랭크된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세트업체와 부품업체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부품업체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작금의 경영환경으로는 세트업체에 순익을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혈맹관계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비익조라는 전설의 새는 혼자서는 하늘을 날 수 없어 두 마리가 꼭 붙어 날아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나무와 얽혀 살아가야 하는 연리지라는 나무와 자주 비유되기도 한다. 상생의 법칙으로 보면 세트업체와 부품업체는 다름아닌 비익조, 연리지인 셈이다.

 세트업체와 부품업체가 서로 아픔을 주고 상처를 할퀴어서는 미래의 산업을 기대할 수 없다. 그들은 어찌됐든 한 몸이기 때문이다. 경기가 어려울 때일수록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안고 가야 한다. 다가오는 민족명절 설을 통해 서로의 체온을 확인하고 상생의 따스한 마음을 되새겨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