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대란(大亂)

◆박주용 디지털경제부장 jypark@etnews.co.kr

 지난 주말 우리는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을 맞이했다. 자타가 인정하는 인터넷 왕국에서 인터넷이 마비된 것이다. 몇개의 서버가 차례로 다운되면서 한나라 전체의 인터넷이 먹통이 된 것은 세계적으로도 처음이다. 해당 장관이 나서 사태수습에 나설 만큼 적지않은 파장을 몰고온 이 사건은 우리뿐만 아니라 인터넷시대를 맞은 대부분의 나라가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문명의 발전으로 우리앞에 나타나는 이기들은 우리의 삶의 질을 한층 높여주고 있다. 이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거리의 개념을 없애고 있으며 정보의 중요성을 크게 부각시키고 있다.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힘과 경제력이라는 그동안의 논리를 무너뜨리고 있는 것도 이들이다. 그동안 수많은 문명의 이기들이 출현했지만 20세기 말 등장해 인류의 생활패턴을 근본적으로 바꾸나가고 있는 인터넷만큼 충격적이고 혁명적인 것은 없었다. 인터넷은 불의 발견에 견줄 수 있는 인류가 만들어낸 걸작이다.

 우리나라가 미래의 강대국을 꿈꿀 수 있는 것은 초고속인터넷을 비롯한 인터넷 보급률이 세계 최고수준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리적인 영토의 의미가 퇴색해가고 있는 지금 인터넷을 통한 가상의 영역 선점여부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때문에 각국은 총칼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선전포고도 없고 휴전도 없는 이 전쟁에서 이겨야만 미래의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인터넷 인프라 구축과 활용도면에서도 남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우리나라는 그동안 경쟁국보다 한발 앞서가고 있다는 자부심이 적지 않았다. 증권과 금융부문의 사이버거래는 이미 돈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으며 기업간 상거래는 물론 일반 소비자의 구매에서 사이버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특히 인터넷을 통한 주식거래는 이미 전체거래의 70%에 육박하고 있다.

 생활에서 인터넷이 차지하는 비중도 무섭게 확대되고 있다. 직장인은 물론 주부들에게 까지 인터넷이 파고들면서 이를 이용한 생활정보 수집이 정착단계이 접어들고 있다. 10∼20대 청소년층의 경우 인터넷을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학습과 여가 등 대부분의 생활이 이를 통해 이뤄진다. 이제 이들에게 놀이동산은 그다지 신바람의 대상이 아니다.

 경제활동과 생활에서 차지하는 인터넷의 영향력이 이처럼 막대한 상황에서 인터넷의 불통은 국가경제는 물론 국민의 생활을 일시에 정지시키는 것과 같다. 다행히 주말에 상황이 발생해 금융부문의 대란을 피할 수 있었지만 평일에 이같은 일이 다시 벌어진다면 국가 전체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것이다. 해커에 의해 인위적이든, 바이러스에 의해 불가피하게 발생하든 그 결과가 가져오는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 분명하다.

 인터넷 등 통신 네트워크를 공격하는 것은 해커들이나 바이러스만이 아니다. 이미 전쟁의 개념에서도 이같은 전술이 도입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전기 자장 충격으로 컴퓨터나 통신장비들을 일시에 무력화시키는 신무기를 개발하고 있다. 이번에 인터넷 서버를 다운시킨 것과 비슷한 논리폭탄도 이미 개념이 만들어져 있다. 정보통신 네트워크를 공격하는 것이 얼마나 타격을 줄 수 있는 것인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인터넷을 위협할 수 있는 요인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주말 인터넷 대란은 우리에게 소중한 경험을 가져다 주었다. 정부에서도 대책마련에 여념이 없는 것 같다. 차제에 국가정보통신망에 어떤 공격이 가해져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제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허술한 외양간을 고치지 않으면 다음에는 분명 소를 잃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진짜 대란이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