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시작이 반이다

◆고은미 IT리서치부장 emko@etnews.co.kr

입춘이다. 조금 지나면 채 겨울이 떠나지 못한 들판에 봄기운이 돌고 푸른 것들이 생명을 터뜨릴 것이다. 예부터 입춘은 24절기 중 첫째로 새로운 해의 시작을 의미한다. 입춘날 조상들은 대문이나 기둥에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같은 입춘방을 써 붙였다. 이것은 한 해의 무사함과 풍년을 기원하는 마음이었다. 농가는 입춘 즈음에 농사준비를 하며 자연과 함께 힘차게 한 해를 시작했다.

 그러나 입춘을 맞은 올해는 걱정뿐이다. 연초부터 이라크전쟁 위험과 북핵문제 등 어느 해보다 혼돈과 불확실성이 분위기를 압도한다. 비관적인 전망이 지배적이다. 경제는 안팎으로 걱정이다. 세계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은 미국경제는 올해도 회복될 것 같지 않다. 우리 경제는 북핵문제와 내수침체로 활기를 잃었다. 유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주가는 600 이하로 떨어지고, 코스닥은 사상 최저 수준이다. 투자심리는 얼어붙었다.

 IT시장도 비관적이다. 전세계적으로 IT경기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벤처기업은 줄어들고 진화와 진보를 거듭하던 IT기업들은 죽을 상이다. 밤을 새우며 일하던 열정과 활기는 사라지고 한숨과 비탄이 자리했다. 그렇다면 지금의 어려움을 타개할 해답은 없는가.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주변상황이 항상 유리하게만 전개되지 않는다. 성공한 기업가도 언제나 어려움과 초조함으로 지낸다는 고백을 들은 적이 있다. 이제 혼돈을 딛고 초심으로 돌아가자. 장기적인 안목으로 작은 이익은 희생할 수 있어야 한다. 실패를 든든한 밑거름으로 새로운 시작을 하자. 시장이 원하는 것에 일정한 법칙은 없으며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아이디어와 혁신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전혀 새로운 것을 시작하거나 새로운 경영기법도 시도해볼 만하다. 고정관념이라는 늪에 빠지지 않고 진취적인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IT세계에서는 시장창출력이 중요하다. 고객에 초점을 두고 끊임없이 시장을 창출하는 기업만이 살아남게 될 것이다. 인터넷시장에서도 승자는 시장창출형 기업이다. 네오위즈가 그렇고, 옥션이나 다음의 경우도 시장을 창출해 성공한 경우다. 이들 기업은 회원을 모으는 과정이 힘들고 또 그 과정에서 수익모델이 뭐냐는 비난도 많이 받았지만 시장을 지속적으로 창출하면서 선두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올해는 ‘모바일’과 ‘콘텐츠’가 화두가 될 것이다. 무선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휴대폰 단말, 모바일 통합플랫폼, IMT2000 관련 기술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으며 그 전망도 매우 밝다. 또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콘텐츠는 IT산업의 기반이 될 것이다. 생활과 연계할 수 있는 콘텐츠로 고객충성도를 높일 수 있다. 문화부는 문화콘텐츠산업에 354억원을 투자해 핵심 문화콘텐츠 기술 개발, 문화원형 디지털콘텐츠화, 스타프로젝트, 전문인력 양성, 해외 진출 등의 사업을 지원할 예정이다.

 곧 새 정부가 출범한다. 새 정부에 기대를 갖는 것은 시작은 언제나 새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새 정부는 적어도 향후 5년 동안 IT정책의 기본방향과 IT산업 육성을 위한 새로운 기본원칙을 도출해야 한다. 민간의 요구사항과 이에 대한 지금까지의 정부정책과의 차이를 찾아내 새로운 시대에 맞게 정책 수정이 뒤따라야 한다. 기업은 CEO의 역할 강화와 재무구조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사람들은 봄이 오면 활기와 생명감, 막연한 희망을 느낀다. 이제 새롭게 시작해보자. 좋은 시작은 좋은 결과의 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