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정보화와 인권사이

◆고은미 IT리서치부장 emko@etnews.co.kr 

  

 새 학기가 시작됐다. 새 학기가 되면 으레 학생들은 주소·부모직업·전화번호 등을 적은 ‘가정환경조사서’라는 것을 제출한다. 그것은 초중고등학교 학창시절 내내 계속 된다. 교사는 서류정리업무와 행정잡무로 시달린다. 이런 폐단을 없애고자 전자정부 구축의 일환으로 교육부가 ‘전국교육행정정보시스템’인 NEIS(National Education Information System)를 만들었다.

NEIS는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전국 초중고교를 인터넷으로 연결해 학교별 행정처리는 물론 교육청의 학사·인사·예산·회계 등 27개 교육행정업무를 통합관리하는 시스템이다. 학교별로 운영돼 전산교사에게 부담이 되던 기존 ‘학교종합정보관리시스템’을 대신하도록 520억원을 들여 만들었다.

 NEIS는 행정업무를 대폭 줄일 수 있고 학부형들에게도 편리하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진학시 모든 자료를 전산으로 넘길 수 있다. 인터넷으로 자녀의 성적을 확인할 수 있고 성적표와 졸업증명서 등을 발급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새 학기가 시작된 요즘 교육부의 취지와는 달리 NEIS로 교육계는 들끓고 있다. 이달부터 시행하기로 한 NEIS는 전교조의 전면거부 사태로 표류하고 있다. 전교조는 “NEIS로 인해 개인정보 유출, 교사 업무부담 가중, 프로그램 오류 등 파국이 예상되는데도 교육당국의 강행 고집은 밀어붙이기식 관료주의 행태”라고 주장했다. 또 개인정보 유출로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인권위원회에 제소한 상태다.

 그러나 개인의 은행 계좌번호와 신용카드 번호 등 경제생활과 관련한 중요 정보가 인터넷에서 오가는 전자상거래시대에 전교조가 개인정보 유출을 이유로 NEIS에 반대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 물론 자라는 학생들의 신상정보는 경제활동 정보보다 더 중요하고 본인이 원하지 않는 신상명세가 인터넷에서 유출된다면 일생을 두고 상처를 줄 수 있는 인권침해요소라는 말은 맞다.

 여기서 우리가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것은 ‘정보화’라는 말의 함의다. 정보화는 ‘정보공유’를 전제로 하고 있다. ‘정보’가 필요한 사람에게 건전하게 ‘공유’돼야 함은 물론이다. 이것은 정보화를 위한 서로의 무언의 약속이자 사회적 함의로 볼 수도 있다. 사회 모든 분야에서 서로가 알려지기를 꺼리는 정보를 내놓고 정보화를 했다. 신용카드도, 행정정보화도, 의료정보화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정보화 이후 생활은 편리해졌다. 신용카드가 있어야 카드 결제가 가능한 신용사회가 되는 것이고, 경제분야 정보화가 전제돼야 전자상거래가 가능하며, 의료정보화가 이뤄져야 원격진료가 가능하다.

 교육행정정보화도 마찬가지다. 문제가 되는 부분에는 운용의 묘를 살릴 수 있다. 정보입력항목을 대폭 줄이고 보안시스템을 강화해 유출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기존 시스템도 역시 바이러스와 해킹에 취약하고 개별 학교 단위의 전산화는 서류표준화가 되지 않아 정보유통에 문제가 된다.

 교사 업무과중과 프로그램 오류 문제는 실제로 그 시스템 이용자인 교사들이 사용하면서 안정화하는 게 상식이다. 모든 전산시스템은 설치 후 일정기간 사용하면서 완벽한 시스템으로 완성된다. 물론 교육부도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교사들이 반발한다면 교육행정정보화가 성공하기는 어렵다. 교사들에 대한 설득과 NEIS에 대한 활발한 토론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은 행정당국의 몫이다.

 우리는 사회 전반에 걸쳐 정보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정보화와 인권 사이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