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세계 반도체시장(메모리 포함) 규모는 1390억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면 2001년 세계 게임시장은 반도체에 비해 클까, 아니면 작을까. ‘크다’가 정답이다. 2001년 세계 게임시장은 1704억달러다. 반도체에 비해 무려 300억달러 이상 큰 시장이다.
또 다른 질문이다. 2001년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5.7% 수준이다. 메모리분야만 따로 떼어낸다면 무려 25.4%를 한국이 차지하고 있다. 그러면 게임시장에서 한국의 비중은 얼마나 될까. 반도체시장 점유율을 넘어설까. 정답은 물론 ‘아니다’이다. 전체 세계시장의 0.4% 정도에 불과하다. 이 두가지 질문이 왜 앞으로 우리가 게임산업을 키워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차세대 성장엔진이라는 단어가 부쩍 많이 회자되고 있다. 90년대 우리 경제를 반도체가 살렸고 2000년대 초반에는 휴대폰이 경제를 이끌어왔다면 그 이후에 과연 어느 제품이 한국 경제를 살릴 것인가 하는 것은 현안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한 답으로 노무현 대통령은 “차세대 이동통신과 지능형 로봇, 디지털TV, 포스트PC, 그리고 각종 소프트웨어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자 한다”고 그 대상을 명확히 밝혔다. 여기서 안타까운 것은 문화산업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는 점이다.
시대의 흐름은 단순한 제조산업보다는 문화산업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이제는 제품수출로써가 아닌 문화의 수출로 경제성장을 이끌어보자는 것이다. 실제 2000년대 들어서면서 문화는 단순한 사회현상이 아닌 산업으로서 그 비중을 높이고 있다. 문화산업 즉 문화콘텐츠산업은 게임을 비롯해 영화, 애니메이션, 만화, 캐릭터, 음악, 인터넷·모바일콘텐츠, 방송 등을 망라하는 이른바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첨단 지식기반산업이다.
세계시장이 크지만 우리가 차지하는 몫이 작다면 그만큼 우리에게는 성공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세계 문화콘텐츠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1.5% 내외에 불과하다. 더구나 문화콘텐츠산업은 앞으로 2006년까지 세계 경제성장률 예상치가 3.2%를 훨씬 웃도는 5.2%의 성장률로 1조3700억달러라는 방대한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화콘텐츠산업을 키워야 하는 당위성은 이처럼 고성장이 예상되고 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만은 아니다. 다른 제조산업에 비해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데 상대적으로 용이하고 투자대수익률이 그 어느 산업보다 높은 고부가가치산업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국 상대적으로 국가적 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로서는 전략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산업이라는 이야기다. 더우기 문화콘텐츠산업은 단순히 문화산업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상품의 수출을 보이지 않게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동남아지역에서의 한류열풍과 중국 온라인게임시장의 80% 이상을 국산 게임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 등은 문화콘텐츠산업에서 우리의 성공가능성이 결코 적지 않음을 보여주는 충분한 사례다.
문제는 문화콘텐츠산업에 대한 정책입안자나 국민들의 의식문제다. 문화가 우리의 미래를 짊어질 차세대 전략산업임을 인식하고 이에 걸맞은 각종 지원과 육성책이 마련돼야 한다. 더구나 우리에게는 문화콘텐츠산업을 세계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가장 큰 자산인 창의력을 갖춘 우수한 인력들이 산재해 있다. 차세대 성장엔진으로서 문화콘텐츠산업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이를 기반으로 문화콘텐츠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전략과 실행계획이 하루빨리 마련되기를 기대해본다.
<양승욱 정보사회부장 sw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