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철린 IT산업부장 crwon @etnews.co.kr
제2기 방송위원회 출범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방송위원 추천 몫을 놓고 여·야의 지루한 정쟁 때문에 방송위 2기 구성이 3개월간이나 표류했다.
법적인 하자는 없었지만 아무래도 임기가 끝난 1기 위원들이 계속해서 맡고 있다 보니 정상적인 모양새는 아니었다. 이렇다 보니 되는 일도 없고 안되는 일도 없는 어정쩡한 상황이 연출됐다. 현안을 모두 뒤로 미루어놓고 정치권의 눈치보기에 바빴기 때문이다.
뒤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여·야 정치권이 한발씩 양보해 방송법을 개정한 데 따라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 전에는 제2기 방송위 구성이 가능할 전망이다.
그러나 2기 출범도 순조롭지만은 않을 듯싶다. 방송위 인선과정에 정치권의 이해가 너무 깊숙이 개입해 있기 때문이다.
통합방송법에 따라 출범한 제1기 위원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이다. 1기는 나름대로 뉴미디어의 시대를 열었지만 그 과정에서 제대로 방송사간의 이해를 조정하는 데 실패, 방송정책의 혼선만을 야기했다. 이 모든 게 첫 단추를 잘못 끼웠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방송위가 제역할을 다하기 위해선 위원 인선이 중요한데 이번에도 그렇지 못했다. 정치권의 입김에 휘둘리다 보니 1기와 마찬가지로 2기 방송위원 인선을 놓고도 여러가지 잡음이 들려오고 있다.
방송법에는 전문성과 사회 각 분야의 대표성을 고려해 방송위원을 임명토록 적혀 있지만 현실에서는 정치권의 입장을 반영하거나 지상파방송사의 이해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중심으로 기용되고 있다 보니 ‘권력의 시녀’라는 비난마저 사고 있다.
심지어 방송위 노조도 방송위원 추천인사가 방송의 전문성과 대표성이 부족하고 법률전문가·행정전문가·뉴미디어전문가 등 분야별 전문가가 배제됐다면서 반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진통속에 출범하는 제2기 방송위가 산적해 있는 방송의 현안을 제대로 해결할 수 있을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 설립을 비롯해 DMB, DMC, 데이터방송 등 디지털방송 관련 방송법 개정안 마련, SO와 지역방송사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위성방송의 지상파TV 재송신 승인여부 결정 등 현안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또한 지상파TV 방송운용시간 연장과 서부경남지역을 방송권역으로 하는 경남민방 설립 허용문제, iTV 역외 재송신 승인, 가상광고 및 광고총량제 도입문제 등도 하나같이 이해가 상반돼 조율이 쉽지 않는 일들이다.
이러한 현안을 제2기 방송위가 제대로 풀어 나가기 위해서라도 각계의 전문가로 구성돼야 했다. 더구나 1기 위원들의 평가가 저조한 점을 감안, 방송과 통신의 융합에 대비한 방송산업의 구조개편을 이끌어갈 2기 위원 구성은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는데 그렇지 못했다.
정치적인 이해를 앞세워 챙겨야 할 사람을 챙기느라고 정치권에 가까운 사람들만 인선된 느낌이다. 2기 위원들이 과연 여러가지 방송업계의 현안을 풀어 나갈 수 있을 것인지 의심스럽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이행되면서 방송시장의 환경 자체가 변해 더이상 예전의 논리로 방송을 바라봐서는 안되는 중요한 시점이다. 따라서 2기 위원들의 각자가 진지한 성찰을 통해 전환기에 걸맞은 개혁을 이끌어내야 하며, 이들 2기 위원이 제대로 역할을 해 나갈 수 있도록 주변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