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제2의 김남주를 위해

 한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인가. 어찌 보면 선문답이 될 수 있는 질문이지만

정답은 있다. 바로 누구라도 꿈꾸는 스타를 그 분야에서 만들어내는 것이다. 빌 게이츠의 등장이 미국을 세계 최강의 소프트웨어 국가로 이끄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은 이미 정설이다. 수많은 미국의 젊은이들이 제2, 제3의 빌 게이츠를 꿈꾸며 세계를 변화시킬 새로운 소프트웨어 개발에 몰두하고 있을 것이다. 이들의 노력과 열정이 앞으로도 미국이 세계 정보산업의 리더 자리를 유지하는 데 밑거름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최근 우리나라 게임산업에도 스타들이 줄이어 탄생하고 있다. IMF보다 더 혹독한 불황이라는 요즘 과거 이찬진과 이재웅에 견줄 수 있는 김남주·방준혁 등 새로운 스타가 등장했다. 이들 스타의 탄생은 게임산업이 경제의 주변에서 핵심으로, 또 미래유망산업이라는 확고한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마지막 남은 엘도라도는 이제 게임 외에는 없다라는 이야기도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큰 무리없이 받아들여지는 것은 게임산업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처럼 경제나 사회에서 게임산업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막상 이를 이끌어가는 게임업계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한마디로 지리멸렬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게임업계 종사자들 스스로도 나만 성공하면 된다라는 이기주의, 내편 아니면 네편이라는 분열주의 등 과거의 잔재가 그대로 남아있다고 한탄한다. 한편에서는 한때 벤처업계에 유행했던 머니게임이나 도덕적 해이 현상이 이제는 게임업계로 옮겨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같은 게임산업의 문제들을 그대로 안고 간다면 과거 인터넷거품론처럼 또다시 게임거품론이 되풀이될 것은 자명하다.

 현재 게임업계에는 20여개의 수많은 관련단체들이 난립해있다. 처음에는 모두 게임산업 발전이라는 목적을 위해 출발했지만 과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질문해보자. 실질적으로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창구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단체 하나 갖고 있지 못한 것이 게임산업의 현주소다. 심지어 어느 단체는 어느 기업의 이익을 위해 설립됐다는 등의 믿고 싶지 않은 소문마저 나돌고 있다. 이미 일반인들에게는 우상으로 떠오른 게임업계 스타들이 막상 게임업계에서는 질시와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도 이같은 풍토속에서는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오히려 그들의 허물을 덮어주고 아끼면서 게임업계의 진정한 리더로 키우는 것이 게임업계 종사자들의 의무이고 책임이다.

 물론 스타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그들의 움직임 하나 하나는 수많은 게임 마니아들이나 개발자들에게는 주목의 대상이다. 그리고 이같은 관심은 곧 게임산업 발전의 원동력이다. 나만의 성공에 안주해 나의 성공을 가져다준 게임 사용자들을 위해, 또 게임산업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잊어버린 것은 아닌가라는 반성을 해보자.

 게임산업은 이제 막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중요한 시기다. 이같은 중요한 시기에 게임업계가 하나로 뭉치지 않는다면 지금의 성공은 절반의 성공으로 끝날 수 있다. 게임업계가 자기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조그마한 외풍에도 쉽게 흔들리는 것도 사분오열된 게임업계의 현 상황에 비춰본다면 당연한 결과다.  

 제2, 제3의 김남주·방준혁의 탄생을 위해서는 게임산업 종사자들 모두 현재 안고 있는 고질병들을 과감히 도려내는 용기가 필요한 때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게임산업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토대임을 잊지 말자.

 <양승욱 정보사회부장 sw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