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방송법 개정` 공론화

 방송법을 개정하자는 논의가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 국회에 계류중인 의안만 10건이 넘고 방송위원회를 비롯해 정보통신부 등 정부부처와 야당인 한나라당은 물론 시민단체까지도 가세해 방송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방송법 개정에 대한 주장만 무성할 뿐 공개적인 논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방송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방송위원회의 고위 관계자는 “사업자나 전문가의 충분한 의견청취가 없는 상황에서 몇몇 실무진과 방송위원들 사이에서만 개정안 작업이 진행중이며 심지어 방송위 내부에서도 충분한 조율이 없는 상황이다”고 토로하고 있다.

 방송법 개정은 본질이 도외시된 채 각자의 이해관계 속에서 이야기되고 있다. 더구나 자신들의 이해와 맞지 않는 주장들은 무시되기 일쑤다.

 우리나라의 공영방송정책은 지금까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공영방송의 개선, 민영화를 주장하면 재벌의 앞잡이로 몰아치면서 주장에 대한 논의 자체를 막아 버리고 있다.

 또한 야당이 주장하면 정략적이라는 말로 몰아치고 있다. 정치적인 동기에서 주장하기 때문에 순수하지 못할 수 있다. 더구나 선거에서 피해를 입었다는 피해의식이 작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야당의 주장을 정략적으로 몰아가 논의 자체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논의들을 수용하면서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가야 한다. 방송은 한정된 주파수자원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정략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국민의 입장에선 대승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번 방송법개정 논의에 있어서 2대 전제조건이 있다.

 하나는 공영방송정책에 대한 일대 전환이 불가피하다. 우리나라처럼 국가가 많은 지상파방송채널을 확보하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그동안 방송을 공익적·공영성 측면에서만 접근했기 때문이다. 현재 지상파정책과 뉴미디어정책이 대비된다. 지상파정책은 공영 중심으로 뉴미디어정책은 사기업 중심으로 가고 있다.

 이러한 불균형적인 정책은 방송의 발전을 가로막을 뿐만 아니라 정략적으로 이용될 수밖에 없다. 사실 지상파 3사의 독과점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렇다면 공영방송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할 때다. 공영방송과 상업방송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방송산업의 접근방식이 최소의 공영방송과 최대의 상업방송 구도로 가는 것이 합리적이다.

 다른 하나는 디지털화의 진전에 따라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 대세라면 방송과 통신의 구조개편을 단행해야 한다. 부처이기주의에 함몰돼 이에 대한 논의를 늦추면 늦출수록 방송법 개정은 쉽지 않다. 한시적으로 청와대나 국회내에 방송통신위원회를 구성, 방송과 통신을 함께 논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전제조건을 갖고 방송법의 개정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논의해야 한다. 외국 선진국들이 방송산업에 대해 장기적인 로드맵을 설정해 일관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볼 때 큰 차이가 있다. 대통령도 방송·통신 융합 환경을 선도할 디지털방송을 국가 성장산업으로 지목하고 있는 실정에서 부처간 정책이 다르고, 방송위 내부에서조차 의견이 다른 것은 큰 문제일 수밖에 없다. 향후 10년을 이끌어갈 국가 장기 로드맵이 절실하다. 방송법 개정에 대한 물꼬가 트였다. 대통령의 결단을 통해 진정한 방송법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논의가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한다.

◆원철린 IT산업부장 (cr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