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화려한 닷컴의 이면

 제2의 닷컴열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NHN·다음·네오위즈·엠파스 등 국내 4개 주요 포털사이트들의 올 상반기 성적표는 닷컴의 건재함을 세상에 알리는 선언문이기도 했다.

 다음을 마지막으로 뚜껑이 열린 이들 대형 포털업체들의 상반기 실적은 말 그대로 화려하기 그지없다. 올 상반기 실적이 지난해 전체 매출을 이미 넘어섰거나 육박했으며 영업이익은 거의 매출의 절반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자본금을 다 털어 공장을 짓고 제품을 생산해 한자릿수 이익을 올리고 있는 대다수 제조업체의 입장에서 보면 꿈만 같은 수치들이다. 극도의 경기침체속에서 급격히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는 매출지수를 쳐다보면서 억장이 무너지고 있는 대부분의 기업들 입장에서는 부러움만이 아닌 시기까지 내보일 만하다.

 물론 닷컴의 화려한 나래짓은 모든 닷컴들에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아직도 대부분의 닷컴기업들이 매출을 제대로 올리지 못하고 투자자도 찾지 못해 하루하루를 걱정하며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닷컴의 향연은 전체 닷컴산업이 아닌 말 그대로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그들만의 잔치인 셈이다. 다만 이들 대형 포털들의 성공이 자극이 돼 많은 닷컴들이 제2의 NHN, 제2의 다음으로 성장하는 촉매제가 된다면 더없이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이처럼 화려한 닷컴의 안쪽을 들춰보면 그렇게 화려하지도, 부러워할 수만도 없다는 사실에 못내 아쉽기만 하다. 지나친 상술과 저돌적인 사업확장, 국가경제나 사회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에 비해 크게 못미치는 사회적 책임감 등은 대형 포털들의 급부상을 곱게만 보지 못하게 하는 빌미를 제공한다.

 대형 포털업체들의 매출은 전적으로 수천만에 이르는 회원을 담보로 발생한다. 포털 매출의 평균 30∼50%를 차지하고 있는 광고는 회원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무작위로 게재돼 이제는 스팸메일 수준이라는 불만을 사고 있다. 포털들이 매출을 위해 경쟁적으로 확장하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분야는 게임의 몫이 절대적이다. 게임을 즐기기 위해 또는 아바타를 구입하기 위해 수많은 코묻은 돈이 포털에 몰려들고 있다.

 이렇게 이뤄진 포털들이 회원들을 위해, 아니면 사회를 위해 공헌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그 명성에 가려서인지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물론 기업이 잘되어 투자자들이 이익을 얻은 것이 곧 사회환원이 아니냐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대형 포털들이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스팸메일이나 게임중독 등과 같은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직접적인 원인제공자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쉽게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그들은 오히려 축적된 자금과 회원을 볼모로 재벌 못지않게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돈이 되는 사업이라면 망설이지 않는다. 그들과 협력관계가 이뤄지지 않으면 중소 전문 포털은 생존하기 어렵다. 협력관계가 과거 대기업과 하청업체와의 관계처럼 철저히 대형 포털 위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더이상 제2의 NHN과 다음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제는 사업영역이 포털을 살찌우는 데만 국한되지 않는다. 언론·금융 등 다른 재벌기업들도 쉽게 넘볼 수 없는 영역으로까지 무한정으로 확대되고 있다.

 올 상반기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낸 포털들은 또 다시 다시 자신들의 매출확대와 사업확장을 위해 대대적인 마케팅 전쟁에 나서야 한다. 사업의 기반인 회원수를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닷컴에 대한 많은 우려는 이처럼 닷컴기업간 무한경쟁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데서 비롯된다. 그들의 경쟁이 인터넷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선의로 비춰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심각히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양승욱 정보사회부장 sw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