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업정책이 실종됐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문화정책에 순수문화와 순수예술만 있지 문화산업은 거의 찾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 국민의 정부가 만들어놓은 문화산업의 초석이 참여정부 들어서면서 적지 않게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물론 이같은 이야기를 더 많은 정부의 지원에 목말라하는 기업들의 입에 발린 소리라고 치부해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문화산업이 IT산업의 바통을 이어받아 한국의 경제를 이끌 유망산업으로까지 인식이 급격히 바뀌고 있는 시점에서 그냥 한 귀로 흘려버리기에는 편치 않다. 이창동 장관 취임 이후 문화산업에 종사하는 수많은 기업들은 앞으로 문화부의 정책이 순수예술에 치중되는 것 아니냐며 내심 우려를 나타내왔으며 이같은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문화산업계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지금 산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미래를 책임질 신성장동력, 이른바 10대 미래전략산업이다. 참여정부가 출범 이후 계속돼온 이번 논의는 조만간 최종과제를 도출,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될 예정이다. 당분간 앞으로 정부의 지원이 이들 산업에 집중될 것은 분명하다. 어느 제품이 미래전략산업에 선정될 것인지는 산업계의 관심사만이 아니다. 각 정부 부처들도 마찬가지다. 자신들이 주관하는 사업이 많이 포함되면 그만큼 세를 과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10대 품목에 디지털콘텐츠의 포함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콘텐츠의 중요성, 아니 콘텐츠산업의 중요성에 대해 정책입안자들이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점에서 여간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영화 등을 총칭하는 문화콘텐츠는 이제 우리의 미래를 담보할 가장 핵심산업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10대 성장산업의 주도권 경쟁에서 과기부와 산자부, 정통부 등 관련부처 장관들은 불철주야 뛰고 있지만 정작 디지털콘텐츠를 주관하고 있는 문화부의 움직임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당연히 디지털콘텐츠산업은 정통부의 몫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정통부는 최근들어 부쩍 게임업계, 콘텐츠업계 사장들과의 만남을 자주 갖고 있다. 해당기업들도 이제 정통부가 주관하는 자리에 참석하는 것이 낯설지 않을 정도다. 이 자리에서는 게임이나 콘텐츠산업을 한번 적극적으로 육성해 나가겠다는 정통부의 강력한 의지가 덧붙여지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업체들도 채찍(규제)을 앞세운 문화부보다는 당근(자금)을 내세우는 정통부에 더 많은 관심이 가는 것은 당연지사다.
지금 정부조직간 힘겨루기를 하라고 부추기는 것은 물론 아니다. 문화산업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는 지금, 주관부처인 문화부의 적극적인 역할론을 기대하는 문화산업계의 요구에 문화부가 답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문화부는 “그게 아니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최근 논의중인 정부조직 개편안에 문화산업국을 강화하려는 것도 문화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부연설명도 잊지 않는다.
장관이나 담당공무원들의 의지와 주장이 맞기를 바랄 뿐이지만 문화부의 정책이 기업들의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면 문제다. 만일 문화부의 적극적인 의지와 정책이 산업계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면 이에 대한 원인을 찾고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이제 막 꽃피기 시작한 문화산업이 활짝 필 수 있도록 문화부의 적극적인 노력을 기대해 본다.
<양승욱 정보사회부장 sw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