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개성으로 간 까닭은?

서울에서 1시간 거리의 이국땅 아닌 이국땅. 바로 개성이다. 이 개성을 며칠전 200여명의 중소기업인들이 버스를 타고 육로를 통해 다녀왔다. 2007년부터 입주가 예정된 개성공단의 현지 사정을 직접 보기 위해서다. 판문점을 경유한 육로방북은 분단 반세기 동안에 일어났던 결코 흔지 않은 정치적 사건이지만 기업인들은 이런류의 감상을 염두에 둘 게재는 아니었던 것 같다.

 기업인들은 이번에 말로만 듣던 개성이 지리적으로 천안이나 춘천보다도 가깝다는 점을 확인했다. 하지만 기업인들이 개성공단 현지에서 냉정하게 확인해보려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 98년 400여건이던 우리 제조기업들의 해외투자건수가 지난해는 무려 1800건에 육박했다고 한다. 해외투자가 느는 것은 임금상승과 노사문제의 격화 등 기업환경의 악화로 생산시설 등을 이전하거나 신설하기 위한 것이다. 실제로 통신기기와 같은 첨단 분야의 해외생산은 해마다 확대일로에 있다. 삼성전자 휴대폰의 경우 중국·스페인 등의 현지생산량이 올들어 전체의 30%를 넘어섰고 한다. 반면 국내 제조업 신설법인은 지난해 월 1000여개에서 올해는 그 절반가량으로 줄었다. 우리 제조업의 해외투자를 2배이상 상회하던 외국인의 국내 제조업투자도 이제는 오히려 3분의 1로 역전됐다. 이른바 ‘제조업공동화’ 현상이 사회·경제전반에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보다 심각한 것은 이런 현상을 대체할 산업이나 방안이 불분명하다는 사실이다. 제조업이 여전히 수출의 35%를 차지하고 고용의 26%를 담당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참여정부가 발벗고 나선 차세대 성장동력 찾기도 바로 이런 위기의식의 반영이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차세대 성장동력은 말그대로 5∼10년 후를 바라보는 것이다. 그렇다고 서비스나 바이오를 내세우기는 당장 선진국에 비해 수준이 낮거나 기술격차가 크다.

 바로 이 시점에서 대두된 것이 개성공단이다. 개성공단은 서울과의 거리가 1시간이라는 물류적 이점 외에도 남한의 15분의 1에 해당하는 저임금의 풍부한 노동력을 공급받을 수 있다. 게다가 남한의 절반 수준인 법인세율, 대폭 제한될 고용조건 등에서도 언어장벽을 가진 중국보다 낫다. 최소한 5∼10년후 차세대 성장동력이 구현될 때까지 동안만이라도 우리 제조업의 급격한 와해를 막아줄 수 있는 계투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버스투어에서 기업인들은 이런 조건들을 확인하고 입주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북한당국에게 일부만이라도 개성공단의 조기 입주를 요청했다고 한다. 이것은 기업인들 스스로 느끼는 제조업공동화에 대한 위기의식의 발로이기도 하겠지만 비즈니스차원에도 개성공단에 대한 만족감을 표현한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문제는 만족감과 입주의지만으로 개성공단이 안고 있는 내면의 문제까지를 해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개성공단은 중국에 비해 산업기반시설이 턱없이 열악하고 ‘개성공업지구법’ 등 국제법에 준하는 기업보호규정 등도 여전히 미비된 상황이다.

 28일 폐막된 남북경협추진위 제6차회의에서는 다행히도 이 문제가 주요 의제로 올라 남북이 일정 부분 합의에 이르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날 발표된 합의문의 조항은 ‘조속히 해결한다’거나 ‘남측이 적극 지원한다’하는 것 이상의 내용은 없다.

 개성공단이 남한의 중소기업 육성과 제조업공동화의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따지고 보면 비교대상인 중국보다 나은게 하나도 없다. 기업인들의 개성공단 버스투어는 말그대로 제조업공동화 해결을 위한 첫걸음일 뿐이다. 이제부터 정부와 기업들은 할일이 많아졌다.

◆서현진 디지털경제부장 j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