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게임대회 그 이상으로

 전세계 55개국 600여명의 젊은이들이 참가하는 또하나의 올림픽이 오는 10월 서울에서 열린다.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과는 달리 사이버상에서 매년 개최되는 세계 최대의 국제게임대회 월드사이버게임즈(WCG) 2003이 바로 그것이다.

 오는 10월 12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개최되는 이 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지금 전 세계 7만여명의 젊은이들이 미국·영국·호주·싱가포르 등 전세계 각지에서 치열한 예선전을 벌이고 있다. 국가 예선을 통과한 선수들이 10월 서울에 모여 자국의 명예를 걸고 세계 1위라는 명예를 걸고 치열한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된다. 국경과 언어, 그리고 문화적인 장벽을 뛰어넘는 교류와 화합의 장으로써 전 세계 젊은이들이 하나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는 취지는 올림픽이나 WCG는 마찬가지다.

 WCG는 올해 3회째를 맞는다. 내년에는 처음으로 한국이 아닌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다. 내년 게임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그동안 샌프란시스코는 물론 밀라노·싱가포르 등이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명실공히 사이버올림픽으로서 위상이 세워진 셈이다.

 여기서 주목할만 한 것은 사이버올림픽을 바로 한국이 주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최대의 국제게임대회를 우리나라가 주관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가 세계적인 게임강국임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물론 여기에는 게임산업의 유망성을 미리 인지하고 이를 세계적인 대회로 육성하겠다는 선구자들의 탁월한 식견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여기에 삼성이라는 세계적인 기업의 후원은 WCG가 빠른 시간내에 사이버올림픽이라는 명예를 획득하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올림픽과 마찬가지로 게임대회는 이제 단순한 게이머들의 잔치로만 그치는게 아니다. 전세계를 대상으로 사업을 벌이는 게임업체들에게는 국제게임대회를 개최함으로써 사용자의 충성도를 높이고 매출과 직결시킬 수 있다. 또 사이버세상에 매료된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전개하고 있는 기업들에게는 훌륭한 마케팅채널로 활용할 수 있다.

 국가·사회적으로도 게임대회 개최에 따른 부수적인 효과도 만만치 않다. 당장 중국이나 동남아국가에서 노도처럼 일고 있는 한류열풍을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으로까지 확산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마치 태권도를 배우고 있는 외국인들이 태권도의 본산인 한국을 이해하고 방문하기를 원하는 것과 조금도 다를 바 없다. 그들에게 한국은 게임 선진국으로서 뿐만 아니라 문화선진국이라는 인식을 깊게 각인시킬 수 있다.

 이같은 게임대회의 효과는 당연히 국가간·기업간 세계적인 게임대회를 개최하기 위한 경쟁으로 이어진다. 지금은 WCG가 단연 앞서가고 있지만 미국이나 프랑스 등 선진국들도 올해부터 정부나 민간기업 차원에서 국제 규모의 게임대회를 잇따라 추진하고 있다. WCG를 비롯한 국제게임대회를 양적·질적으로 육성·발전시키기 위한 정부나 민간차원의 적극적인 협조와 지원이 그래서 시급하다. 또 우리가 주관하는 국제게임대회도 이제는 게임종목에 외국산 게임만이 아닌 국산 게임을 대거 편입시킬 필요가 있다. 국제대회를 개최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인이 즐기는 게임이 기본 요건이 되지만 정식종목이 아닌 시범종목이나 추천종목 등을 통해 많은 국산 게임을 적극적으로 알리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않된다. 그래야만이 우리가 주최하는 사이버올림픽으로서의 존재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다.

 ‘게임 그 이상(Beyond the Game)’이라는 슬로건으로 열리는 WCG 2003이 말 그대로 게임대회 이상의 세계적인 잔치가 되기를 기대한다.

  <양승욱 정보사회부장 sw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