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경제극복의 국가전략을 재정비

 전자신문이 이땅에 선을 보인지 21년 지났다. 강산이 두번이나 변해 예전의 자취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시간이 흘렀다. 거센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인터넷만해도 그렇다. 80년대 초만해도 인터넷은 일부 연구원이나 알고 있었을 뿐 세상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모든 길이 로마로 통하듯이 지금 모든 길은 인터넷으로 통하고 있다.

 산업자체도 변했다. 주력산업이 섬유등 노동집약적인 산업에서 정보통신의 지식서비스산업으로 바뀌었다. 전체 산업에서 정보통신산업비중은 90년 6.5%에서 2000년 12.3%로 높아지면서 일본(7.5%)을 훨씬 능가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선진국으로 넘어가는 문턱에서 한계를 노출시키고 있다. 외환위기의 질곡을 벗어나는 과정에 총체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21일 이틀간 용평리조트에서 열린 한 CEO포럼에서 참가자 95명중 46.6%가 우리의 경제가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평가, 지금 우리 경제를 썩 좋지 않게 보고 있음을 그대로 드러냈다.

 세대교체바람으로 40∼50대는 ‘사오정’으로 몰려 직장에서 쫓겨 나고 있으며, 업체들의 투자 위축으로 젊은층의 실업도 증가하면서 우리의 미래성장을 갉아 먹고 있다.

 물론 참여정부들어 국가적인 아젠다를 정립하고자 노력하고 있지 않는 것은 아니다. 동북아 허브, 2만달러의 시대, 미래 먹거리를 위해 10대 산업을 육성등 다양한 아젠다를 내놓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게 피부에 와닿지 않고 공허한 남의 이야기로 들리고 있다는 문제가 없지 않다.

 국내 굴지의 대그룹에서 전략기획업무를 담당하다가 벤처기업을 창업한 J 사장은 “지금 정부가 내걸고 있는 10대산업의 육성은 기업에서 내놓은 미래 전략이지 정부가 할일은 아니다”고 지적하면서 “기업이 해야 할 일을 정부가 대신 하는 지금 우리의 미래가 없다”고 지적한다.

 J사장은 “우리가 선진국으로 가려면 독자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장기적으로 교육시스템을 개조하는 한편 단기적으로 먹거리를 찾기위해선 선진업체들이 개발해놓고도 기존시장의 잠식을 우려해 사장시켜 놓은 선진 기술을 찾아 상용화하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다른 IT분야의 원로경영자 한분도 “현재 부처단위의 전략만 있을 뿐 국가전략이 없다”면서 “우리가 갖고 있는 강점을 교육열과 기업가정신이라면서 이 두가지를 살리는 국가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지적이 한 두사람의 불만으로 그치는 게 아니다. 기업하는 경영자들은 하나같이 “지금과 같은 10대산업육성정책으로 우리나라가 어떤 모습으로 달라 있을 것인지 전혀 알 수 없다”면서 “지금 우리앞에 놓여 있는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기 위해 국가적인 전략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렇다고 해서 국가 전략을 다시 거창하게 구상할 필요는 없다. 구상할 시간이 없다. 국가가 어떤 방향으로 가겠다는 분명한 원칙을 정하고 구체적인 실행전략을 내놓으면 된다.

 CEO포럼에 참석한 최고경영자들은 바람직한 경기대책으로 정책의 일관성을 통한 경제불안심리극복과 종합적이고 강력한 경기부양정책을 들고 있다는 점에서 구호만 난무하는 전략보다는 원칙과 실행가능한 전략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다.

◆원철린 IT산업부장 cr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