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본질을 벗어난 비판

 지난 22일 열린 과기부 국정감사에서는 과기정위 소속 의원들사이에 김태유 보좌관에대한 질타가 쏟아져 나왔다. 국가 과학기술정책을 주무르려 한다는 이유다. 발단은 대통령이 의장을, 보좌관이 사무처장을 맡도록 돼있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개편안이었다. 표현이 다를뿐 정부 시스템이 아닌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코드로 국정을 좌지우지하려한다는 우려였다. 과기부와 박호군 장관은 뭐하고 있느냐는 질책도 뒤따랐다.

 현 정부직제상 과학기술정책의 뼈대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다.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과기부장관을 간사위원으로 정부 각부처 장관이 위원으로 참석하는 국가위는 최고 의결기구임에 틀림없다. 대통령의 자문을 위해 민간 위주로 짜여진 자문회의를 국가위와 같은 성격의 조직과 기능으로 확대·강화한다면 역할 중복과 혼선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정보과학보좌관 신설은 참여정부 청와대 조직개편의 백미중 하나였다. 대선과정에서 과학기술계는 노무현 후보에게 IT수석을 신설해달라고 요구했다. 과학기술을 육성하겠다는 대선후보의 말을 양치기 목동의 외침으로 치부하는 불신이 그 원인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지금의 시스템으로는 안돼겠다는 현실인식이 근본 이유였다.

 노후보는 믿어달라며 이를 약속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약속대로 정보과학보좌관을 신설했다. 공약대로 수석은 아니었지만 약속은 지킨셈이다. 사실상 정부정책을 배후에서 조정하고 대통령의 의지를 관철시켰던 청와대 수석제에 일대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첫 정보과학보좌관의 주인공은 김태유씨였다. 그에대한 관심은 지대했다. 그에겐 산적한 과제가 많았다. IT가 국가를 먹여살려왔지만 대통을 이을 후계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또 정책의 주도권을 놓고 각 부처가 한치의 양보도 없이 격전을 치루고 있다. 처음 만들어진 정보과학보좌관인 그에게 어떤 역할이 주어질지,또 하게될지 이목이 쏠렸다.

 그러나 국회의 지적과 질책은 문제의 본질에서 멀어진듯 해 안타깝다. 정보과학보좌관을 신설한 근본 배경과 난맥상을 보이고 있는 과학기술 정책의 해법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언급하지 않았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각 부처의 업무 중복과 이로 인한 혼선과 혼란이다. 국가자원이 낭비되고 정책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이같은 난맥상을 하루빨리 해소하고 과학기술 육성에 매진하는 일이다.

 따지고 보면 지금의 국가위도 정통성은 충분치 않다. 국가위는 지난 97년 특별법으로 생긴 과학기술장관회의가 전신이다. 99년 또 한번의 손질로 지금의 국가위가 탄생했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과학기술 관계장관회의와 별 다를바 없다. 이로인해 국가위 신설때에도 과기부와의 업무 혼선·중복이라는 논란이 뜨거웠다.

 게다가 산자부·정통부·문화부 등 각 부처의 R&D 정책의 비중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산업과 기술,기술과 기술간에 영역이 허물어지고 있어 정부부처 개편의 필요성마저 높아지고 있는 시점이다.

 덩샤오핑은 10억인구의 기아를 해결하기위해 그 유명한 흑묘백묘론을 내세웠다. 덩샤오핑의 후예들은 지금 우리를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국회는 비단 김태유 보좌관뿐 아니라 과학기술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이 문제해결에 충실했는지를 따져야 할 것이다. 누가 주도권을 노리는지,누구에게 적통성이 있는지는 그 다음의 일이다. 

 이같은 본질을 외면한 비판은 자칫 김태유 보좌관 흔들기로 비칠지도 모른다. 국회도 정보과학에 관한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과기정위만 하더라도 국과위 출신 의원들이 활동해왔고 지금도 활동중이다. 과기정위조차도 문광위, 산자위, 정무위, 공정위 등과 이 문제로 알력을 빚고 있다.

 <유성호 디지털산업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