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성장동력의 추진주체

 ‘차세대 성장동력’의 추진주체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고 한다. 정부가 직접 챙기기로 한 산업육성 방식의 차세대성장동력 추진이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것이 그 요지다. 이런 와중에 국책 출연연구기관의 위상과 권한을 강화시켜 정부 역할을 보완하자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차세대성장동력의 추진은 이미 과기·산자·정통부 등 3부처가 시장 주체인 기업을 중심으로 관련산업을 육성하는 방식으로 가닥이 잡혀진 상태다. 예컨대 산자부는 3조5000억원의 자체 예산 확보계획과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차세대성장동력추진단을 구성하기로 한 바 있다. 정통부 역시 2조5000억원의 예산확보계획과 조직개편을 전제로 하는 산업육성정책 강화 방침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방안은 ‘글로벌스탠더드’에 비추어 적지 않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부의 산업육성은 우리 경제가 세계경제의 일원으로 급속하게 편입돼가고 있는 상황에서 적지않은 국제적인 저항에 직면하게 돼있다. 자유무역협정(FTA)이나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 등에서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이나 외국인에 대한 역차별 등으로 오인될 소지도 다분하다.

  외국기업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는 현실속에서 외자유치의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도 없지 않다. 이들이 심심치 않게 정부의 방안을 ‘반시장적 관치의 잔재’라든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 등으로 지적하고 있는 것은 곱씹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시각을 국내로 좁힌다 하더라도 문제는 있다. “(예산집행권을 가진) 정부가 과연 기업을 수평적인 파트너로 보겠느냐”는 시니컬한 반응이 바로 그것이다. 최근에 만난 대덕단지의 한 단위 연구소 책임자(소장)는 부처별 산업육성 방식은 “정부가 민간(기업)을 직접 상대한다는 점에서 성과보다는 부작용이 더 크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기업의 과제수행을 객관적이고 전문적으로 관리감독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산업육성방식의 차세대성장동력구현 사업이 종국에는 ‘관료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이 때 ‘자연스럽게’ 제기된 것이 출연연의 대안 역할론인 셈이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대두된 대안 역할론은 나름대로의 현실인식과 논리적 타당성에도 불구하고 몇가지 ‘허점’이 지적되고 있다. 출연연들은 현재 연구과제중심제도(PBS)에 묶여 그 위상과 권한이 위축돼 있는데다 차세대성장동력 추진논의에서도 배제된 상황이다. 그러니까 대안 역할론은 출연연의 위상강화를 노린 조직 이기주의의 표출일 수도 있다는 오해를 받게 돼있는 것이다.

 대안론의 근거로 제시되는 TDX나 CDMA상용화 사례도 마찬가지다. 출연연에 의한 TDX나 CDMA 상용화는 과제자체가 비교적 단조로웠던데다 기업의 규모나 역할이 상대적으로 미미했던 80∼90년대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마디로 현시점에서 600조원의 산업창출효과가 기대되는 성장동력과제를 출연연에 맡기는 것은 오히려 더큰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대안론을 무시해버릴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출연연의 고유 역할도 있으려니와 국제사회가 ‘내국기업의 경쟁력 강화’ 차원으로 해석할 경우 정부의 차세대성장동력구현 사업은 그 자체로서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대안은 찾아보면 얼마든지 나오도록 돼 있다. 가령, 출연연과 기업의 공동 프로젝트도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다소 늦어지더라도 차세대 성장동력 추진에 대한 방식은 이 시점에서 반드시 공론화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5∼10년후 우리를 먹여살릴 국책사업이기 때문이다.

◆서현진 디지털경제부장 j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