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어떤 이카루스들

 지난달 27일 우리나라의 과학위성 1호가 북극해 인근 러시아 우주군사기지에서 발사됐다. 발사 56시간만에 690km상공에서 확인된 과학위성1호는 우리나라 과학사의 신기원을 이루었다.

 이번 일은 스푸트니크, 아폴로우주선, 컬럼버스 우주왕복선 등을 쏘아올린 미국 혹은 러시아 같은 초강대국의 일로만 여겨왔던 우주에의 가능성을 우리에게도 제시해 주었다는 점에서 반가운 소식이다. 더욱이 이같은 업적은 연구원들 대부분이 임시직 신분인 상태에서 이뤄냈던 성과로 밝혀지면서 ‘KAIST의 기적’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일까, 지난주 KAIST를 방문한 박호군 과학기술부 장관이 이들에 대한 지위 보장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노라는 약속을 했다. 당초 KAIST위성연구회는 지난 90년에 이미 항공우주연구회를 만들었다. 그야말로 우리나라 위성제작의 원산지요 본산이다.

 하지만 국내 최초의 과학위성이 발사성공과 함께 이를 자축하는 과정에서 이들에 대한 언론의 취재가 이뤄졌고 그제서야 이들의 불안한 신분도 알려지게 됐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IMF사태가 작용했다. 1997년 이후 정부의 출연연 인력 축소 방침이 결정되면서 정규직 자리가 대폭 축소됐다. 이때 출연연 인력 확대 제한규정이 만들어졌고 이 법규정을 따라야 하는 인공위성 연구회는 인원을 충원하되 임시직만 충원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쾌거로 능력을 인정받은 카이스트 인공위성연구센터 직원들에 대해 “상응하는 처우개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과기부 장관의 약속이 있었음에도 이 문제에 관한 한 KAIST연구원들은 답답해 하기만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항공우주 연구의 본산을 자처하는 항공우주연구원이 발사체는 물론 인공위성분야의 연구에서도 아성을 굳히기 위해 이미 KAIST의 연구원들을 스카웃하려는 모습까지 보여왔다는 점에서 그 속내를 읽을 수 있다. 이쯤되면 항우연과 카이스트간의 신경전이 그려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어느 한쪽을 편들어서 자축분위기를 이상하게 몰고갈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다. 결자해지(結者解之).- 정부가 매듭을 풀면 된다.

 그리스신화에는 태양을 향해 너무 가까이 갔다가 아폴론의 노여움을 사 날개의 밀납이 녹아 내리면서 바다로 추락한 이카루스의 꿈이 나온다. 이카루스는 반황소사람인 미노토르를 위해 한번 들어가면 영원히 빠져 나올수 없는 미궁을 만들어 바쳤던 건축가 대덜러스의 아들이다. 미노토르의 미궁에 갇힌 대덜러스는 아들에게 땅과 바다에서 볼수 없는 것을 공중에서 이룰 수 있음을 말해 주었다.

 우리들의 이카루스인 KAIST연구원들은 이카루스처럼 원하는 곳, 호기심의 대상에 다가가기도 전에 대덜러스의 미궁에서 발이 묶여 버렸던 듯 보였다. 하지만 이들은 불안정한 신분이라는 ‘땅의 일’에 매어있으면서도 결국 우리별1호를 통해 우리별1호성공이라는 ‘하늘의 일’을 이루었다. 오는 2005년 제2의 과학위성 제작에도 나설 그들에게 새 과업을 성공적으로 이뤄낼 힘을 줄 수 있는 길은 자명하다.

 고대 그리스의 한 철학자가 별을 관찰하면서 밤길을 걷다가 도랑에 빠졌다. 이를 본 하숙집 할머니는 “땅의 일도 못하면서 하늘을 본다고 하느냐”며 나무랐다고 한다. KAIST 연구원들의 정열역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57세의 나이에도 로켓발사대를 오르내렸다는 로켓의 아버지 고다드 박사의 정열이 느껴지는 우리 젊은 연구원들에게 정부가 할일이 무엇인지는 자명하다.

 <이재구 국제기획부장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