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생산자동화에도 관심을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한국은 신바람 문화라고. 신명이 나면 두려울 것도, 못할 것도 없는 게 없는 게 우리의 정서다. 신바람 문화는 순작용시 엄청난 효과를 얻을수 있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똘똘뭉쳐 신명을 바친다면 불가능도 가능케 만든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찮다. 한국을 비하하는 뜻이 담겨있다는 냄비근성은 신바람 문화의 부산물이다. 관심이 한쪽에 쏠리기만 하면 걷잡을수 없지만 식는 것도 삽시간이다.

 산업계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인터넷 벤처열풍이 대표적이다.

 인터넷과 벤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자금이 몰리기 시작하자 하루에도 수십, 수백개의 벤처가 새로 생겨났다. 많은 인재들이 청운의 뜻을 품고 벤처 창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끊임없이 생겨나는 신생벤처들로 인해 시장은 갈수록 비좁아졌다. 줄어든 시장 파이는 과열경쟁을 야기시켜 수익성 악화를 불렀고 자금마저 말라붙게 하는 악순환을 초래했다.

 지금은 차세대 성장동력이 몇년전의 인터넷붐을 대신하고 있는 듯하다. 대규모 자금이 몰리는 곳이니 당연하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 했다. 정부나 업계 모두 보다 차분한 자세를 가질 때다.

 차세대 성장동력의 의미는 말라붙은 투자자금의 대용처가 아니다. 반도체, 휴대폰의 바톤을 이어받아 우리를 먹여살릴 미래의 양식이다. 더불어 공동화돼가고 있는 제조업의 대를 이어갈 종자다. 당연히 어떤 것이 튼실한 씨앗인지, 또 어떻게 하면 좋은 싹을 틔울 것인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하지만 간과하고 있는 게 있다. 밭을 고르는 일이다. 맛있는 귤도 양자강을 건너면 탱자가 되어버릴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종자라도 비옥한 토양과 알맞은 환경에서야 꽃을 피울수 있다.

 차세대 성장동력이 제조업의 승계와 유지에 있는 만큼 생산효율의 극대화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품목이 아무리 좋아도 생산성 없이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힘들다.

 지난 90년대 초쯤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생산자동화바람이 거셌다. 자동차공장에 로봇팔이 도입되고 수치제어공작기계(NC)가 산업현장에 속속 투입됐다. 생산라인과 장비를 컴퓨터로 정밀 제어할 수 있는 프로그래머블 로직컨트롤러(PLC)가 급속히 보급됐다. 심지어 다품종소량생산을 추구하는 유연생산시스템(FMS)이 화두로 떠올랐다.

 하지만 한국의 생산자동화 바람은 미국의 엘고어 부통령의 정보고속도로 바람에 삽시간에 사그라 들었다. 대신 사무자동화바람이 10여년간을 풍미했다. 한국의 사무자동화, 정보화 수준은 이 신바람덕에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

 반면 생산자동화 시계바늘은 10년전부터 서서히 멈추기 시작했다. 지난 97년 IMF는 그나마 남아 있던 숨을 멎게 했다. GE를 비롯, 내노라하는 유수 기업들이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공장의 설비와 장비들을 실시간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동안 한국기업들은 자금관리·구매·전사적 자원관리(ERP) 등의 사무자동화에 여념이 없었다.

 차세대 성장동력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고 적당한 환경을 조성하는 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그나마 e비즈니스 바람에 이어 e메뉴팩처링의 필요성이 정부와 업계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다. 13일에는 생산자동화의 표준화를 위한 필드버스포럼도 발족했다. 더불어 사무자동화에만 눈독을 들여온 SI업계도 서서히 생산자동화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차세대성장동력이라는 돌풍이 생산자동화라는 훈풍을 만나 국운을 승케하는 순풍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유성호부장 sh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