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굿모닝 포르노?

 1993년 5월 조지 버딘스라는 열 살짜리 소년이 메릴랜드 남쪽의 집에서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소년을 찾던 중 우연히 근처 마을에 거주하는 한 남자를 주목하게 된다. 사건발생전 소년이 이 남자의 집에 놀러가 컴퓨터를 갖고 놀았다는 단서에 따라 경찰은 소년을 추적했지만 행방은 묘연했다. 경찰은 소년을 찾는 대신 남자의 집에서 사진과 AOL가입자의 성추행 행위를 기록한 글들을 찾는데 그쳤다.

 소년은 끝내 발견되지 않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 최고의 미디어회사인 AOL은 이때부터 사회를 문란하게 만든 주범중 하나로서 한동안 미국 사회의 대표적 지탄의 대상이 되어야만 했다.

 그리고 이때부터 언론은 온라인 사이트를 뒤져 비판의 단골 메뉴로 삼기 시작했다. 이미 이때 온라인 대화방은 무법천지이자 디지털 이상 성격자들의 소굴로서 엄청난 인기를 불러모으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얘기다.

 미국기자들은 이처럼 급부상한 이 새로운 호기심과 지탄의 세계를 뒤지면서 기사거리를 찾아 온라인 세계를 헤맸다. 그 결과 그들은 온라인 세계에서 아동포르노는 물론 스토킹, 성희롱 살인 커뮤니티까지도 찾아 거론하기 시작했고 미국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미 의회는 민주당 엑슨 의원 등의 발의로 통신품위법(Communication Decency Act) 제정해 실시하기에 이르른다.

 10년전의 격차를 둔 미국 사회가 최근 한국의 인터넷 서비스 사이트에 기반한 상황을 보는 것과 너무나도 흡사하지 않은가.

 요즘 우리는 10년전 전화선통신시대보다 훨씬 빠르게 이같은 현상들을 접할 수 있다. 스팸메일인지 바이러스 메일인지, 또는 포르노인지 잘 모를 메일들이 그 얼마나 많이 쏟아져 들어오는가. 아침에 회사에 출근해 내앞으로 도착한 e메일 내용을 마음놓고 열어 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가. 그런데다 요 며칠새 인터넷사이트에 신분을 확인하는 절차없이 입장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얘기까지도 들리는 것 같다.

 최근 인터넷 사용자의 입장에서 우리네 인터넷관련 서비스를 생각해 볼 때 지난 93년부터 4년여 동안 AOL이 겪었던 교훈은 일부 인터넷서비스업체나 스팸발송자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회사 경영상 탈출구마련을 위해 음란·포르노 커뮤니티로 돌파구를 마련했던 미디어 거인 AOL은 바로 그 이유들로 해서 미국 통신법상 최초의 통신품위법을 만드는데 결정적 기여(?)를 하고 비난도 감수해야 했다.

 10년전 미국으로 돌아가 보자. 문제의 남자가 자주 사용하던 그 AOL에 접속하면 대화방이든 게시판이든 어디에서든 음란 외설성 표현을 무진장하게 찾을 수 있었다 한다.

 그 모습은 10년이 지난 2003년 세계적 인터넷 강국인 한국에서 역시 비슷하게 전개되고 있다. 최근의 모 대기업 산하 벤처기업이 커뮤니티상에서 관련 서비스를 하다가 적발된 것도 비슷한 예다. 인터넷 외설·포르노 관한 한 미국과의 10년 격차를 순식간에 날리면서 강한 연대감(?)까지 느낄 정도다.

 물론 다는 아니지만 일부 인터넷 포털사업자나 개인 사업자들은 아침부터 포털이나 e메일로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사업을 소개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표현의 자유도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자기 자식들에게까지 쇼킹한 초기화면을 보게 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어제 아침, 필자는 인터넷 검색포털 중 한곳에서 아침부터 현란한 춤솜씨를 가진 반라의 여성들이 동영상 광고 화면속에서 춤추는 것을 보았다. 굿모닝 포르노?

 <국제기획부 이재구부장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