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장밋빛 전망의 IT산업

 가장 춥다는 ‘소한’ 마저 지났지만 초봄의 날씨처럼 느껴지는 요즘이다. 그렇게 말많고 탈많던 2003년을 보내고 갑신년 새해를 맞은 우리를 따스하게 환영해주는 것 같아 여간 반갑지 않다. 요즘 날씨처럼 꽁꽁 얼어붙었던 경기도 올들어 슬슬 풀려나갈 것만 같은 좋은 조짐이 여기저기서 나타난다.

 최근 정부나 각 기관에서 발표하는 컴퓨팅 관련 산업의 올해 지표는 매우 밝다. 금융·제조·공공분야 IT투자가 늘어나면서 시스템통합(SI), 솔루션 등 IT 관련 각 아이템별로 전년대비 최소 20%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기업들의 저비용 고효율에 대한 요구가 갈수록 증가되면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인 솔루션시장은 전년대비 25.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IT 아웃소싱 및 IT컨설팅 시장도 21.3% 성장한 2000억원 규모로 급성장하는 것은 물론 향후 3년간 평균 20%대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비록 다른 분야 만큼은 아니지만 IT시장의 성장세를 가늠하는 지표가 되는 SI시장도 통신 및 금융분야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작년보다 11.03% 증가한 9조9738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이다. SW 산업에 대한 전망도 장미빛이다. 올 1분기 SW기업들의 경기실사지수(BSI)는 113으로 전년 4분기의 78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다.

 이같은 낙관적인 전망은 실물경기에서도 반영되고 있다. IT현장에서 뛰고 있는 종사자들은 그동안 꽁꽁 묶였던 IT프로젝트들이 하나둘씩 움직이고 있는 게 보인다며 출발이 좋다라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IT수요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통신산업이나 금융업계가 지난해의 투자동결에서 이제는 서서히 IT투자를 준비하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지난해까지 공공기관 수요로 명맥을 유지해온 IT업계에는 가뭄에 단비 만큼이나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수요가 기지개를 켜면 경기는 분명 좋아진다. 하지만 경기가 좋아진다고 하더라도 지금 IT시장에 만연돼 있는 저가출혈경쟁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실제 IT기업들이 접하는 체감온도는 올라가지 않는다. 지난해 IT기업의 혹독한 시련의 원인이 물론 IT투자축소가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줄어든 파이를 차지하겠다고 달려들어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을 벌여온 IT기업들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 수요는 10% 줄었지만 저가경쟁으로 실질적으로 기업들 입장에서는 실제 시장보다 적게는 30%, 많게는 50% 이상 줄어들게만 느낄 수 밖에 없다. 시장의 파이를 키워나가야할 기업들이 오히려 시장을 줄이는데 앞장서고 결과적으로 매출부진에 허덕이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IT업계를 강타하고 있는 뇌물수수사건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전적으로 내수시장에만 매달려 있는 산업구조도 IT업계를 위축시키고 있다. 좁은 내수시장에서 출혈경쟁인 줄 알지만 여기에 발을 들여놓지 않는다면 그나마도 사업을 영위하지 못하는게 국내 SI,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를 포함한 솔루션업체들의 현주소다.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일이 시급하다. 결국 경기에만 의존하는 허약한 체질로는 경기가 호전되더라도 혹독한 시련을 겪을 수 밖에 없다는 게 지난해의 교훈이다.

 모처럼만에 경기회복의 청신호가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는 연초다. 올해에는 상황악화의 원인을 외부보다는 내부에서 찾고 이를 해결하려는 CEO들의 결연한 의지가 시장에 반영되기를 기대한다. 이것만이 연초의 장미빛 전망이 올 한해 내내 바래지 않게 하는 유일한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양승욱 정보사회부장 sw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