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성장엔진의 끈

 우리는 최근의 성장엔진 확보 논의와 노력을 통해 글로벌기업과 경쟁하면서 ‘한사람이 2만명을 먹여살릴 수 있는’ 수준의 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국가사업인 ‘10대 성장엔진’이 진전되면 우리는 더 잘 살게 되는가, 그리고 그 방법은 어떠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을 가져보게 된다.

 최소한 우리는 세계에서 유례없는 정보인프라에 기반해 인터넷강국을 만들어 정보공유의 즐거움을 여지없이 즐기면서 기술발전의 긍정적 장점을 경험해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같은 첨단기술 발전은 선발기업중심으로 전개될 수 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일자리감소, 지방중소기업의 불황으로 대변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첨단기술 가운데 유전자공학 발전의 예를 보면 유전자조작농산물(GMO)로 대변되는 생산증대를 일궈내며 식량부족국가에 희망을 주었지만 건강과 함께 대기업 주도의 성장결과를 우려하게 한다.

 플래시 메모리와 고성능 메모리 등 첨단반도체 및 이를 적용한 디지털 전자제품의 수요 급증세는 반도체 집적도가 1년6개월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저 유명한 ’무어의 법칙’을 이미 깨뜨려 버렸다. 산업계는 더욱 초스피드와 대용량을 자랑하는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

 물리학자 파인만 박사의 나노시대 예언이후 50년가까이 흐른 현 시점에서 산업적용을 향해 달리는 나노기술의 발전은 조만간 똑같은 제품만을 양산하던 공장의 모습을 바꿔 버리게 될 전망이다. 나노 엔지니어들의 기술적 업적은 이제 설계 단계부터 제품의 원자를 조작해 가방하나를 만들어도 제각각 다른 제품으로 양산하면서 인력감축을 할 수 있는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같은 앞서가는 첨단산업·성장엔진의 모델산업의 일차 주도자와 수혜자가 대기업들이 될 개연성이 크다는 점일 것이다.

 사정이 전혀 다른 중소기업은 정부가 국가적으로 가져가는 이같은 성장엔진의 구상을 보면서 구름잡는 얘기로 치부할 수도 있다.

 지난해 12월 하순 지방산업공단으로는 처음으로 수출 200억달러를 달성, 자축하는 행사를 준비하는 구미시 사례는 성장엔진의 명암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 될 것이다. 수출의 70%가 삼성과 LG그룹 계열사 3개 업체에 집중된 것은 그 단적인 사례다. 생각을 확대시켜 보면 수출의 30%를 차지하는 삼성그룹. 2100억달러 수출목표의 15%씩 점하는 휴대폰과 반도체 산업은 이같은 성격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쯤에서 정부는 첨단을 표방하고 1인당 국민 소득시대 2만달러시대를 지향해 만든 성장엔진 육성의 전후방 연관 효과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

 최근 재계가 고용없는 성장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도 첨단산업화·자동화·디지털화로 인해 무인화 및 소수고용으로 충분한 공장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그렇다면 10대 성장엔진 육성과 관련해 이 산업간 연계효과를 감안, 성장엔진을 주도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연결고리를 만들어 줄 발상과 정책도 나와줘야 한다.

 당장 공공부문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우리경제의 또다른 인프라인 중견·중소 산업역군들의 숨통을 틀 여지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일자리는 대기업은 물론 중견중소기업에서도 나올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10대성장동력이 1인당 2만달러시대 진입에 더욱 힘을 받게 될 것이다.

  <이재구 국제기획부장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