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김창곤 차관이 할 일

 그는 정보통신부가 생긴 이래 정책국장, 지원국장(현 정보통신진흥국장), 전파국장 등 ‘3대 보직국장’을 모조리 거친, 아직까지는 ‘유일한(?)’ 사람이다. 당연히 기획관리실장에 올랐지만 신정부 출범 후 용퇴했다. 덕분에 2명의 후배들이 실장으로 진급했다. 정통부는 인사 숨통이 트였고 승진잔치가 이루어졌다. 그는 산하기관인 정보보호진흥원장으로 갔다. 김창곤씨가 정통부 차관으로 광화문에 돌아왔다. 시쳇말로 금의환향인 셈이다. 그의 재입성은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전임 변재일 차관이 정치권의 끊질긴 러브콜에 총선 출마로 밀려가는 순간 사람들은 후임자를 점쳤다. 마침 비주류 엘리트의 파격 발탁에 일가견이 있는 현 정부도 전문성을 갖춘 관료 중심의 안정인사를 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래서 하마평 대상자는 기껏 2∼3명을 넘지 못했다. 그 아니면 이교용 프로그램조정심의위원장으로 압축됐다. 물론 용퇴 이후 관료로서 그의 생명이 다한 것으로 생각한 사람들에겐 의외의 결과다. 실제로 김 차관 재기 이후 업계에선 “꺼진 불도 다시보자”란 우스갯 소리도 나왔다.

 경력이 말해주듯 김 차관은 현 정통부 관료 가운데 최고의 정책 전문가다. CDMA도입 때부터 실무자로 뛴 사람이다. GSM파였던 이상철 장관(당시 KT연구개발책임자)과의 일화도 많다. 기라성 같은 역대 장차관들에게도 인정 받으며 승승장구했으니 능력을 의심받을 일은 없다. 줄대기나 외부의 압력으로 재기했다는 소리도 들을 일 없다. 더구나 진대제 장관도 이공계 출신을 선호한다니 장관과의 코드에도 별 문제다.

 하지만 그가 돌아온 정통부의 현실은 녹록치가 않다. 뚜렷한 정책적 컬러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고 직원들의 구심점 역할을 할 인물도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따라 다닌다. 와전인지, 음해인지는 몰라도 심지어 장차관 갈등설까지 공공연이 나돌았다. 디지털TV를 둘러싼 논쟁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업계에선 정책당국자들이 제 목소리 내지 못하고 눈치 본다는 비아냥까지 들린다. 게다가 신성장동력을 선두에서 입안하고 지휘해야 할 정책국장도 산자부와 맞교대한 상황이다. 다른 부처도 비슷하지만 정통부는 개각과 총선이라는 말이 나온 지난 몆 달간 조직력이 많이 흐트러졌다.

 물론 신임 차관이 이 모든 현안을 쾌도난마로 풀어갈 수는 없다. 이는 장관의 몫이다. 하지만 경륜과 능력이 검증된 차관이 장관을 제대로 보좌하고 조직을 추스린다면 얽힌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가는 일은 어렵지 않다. 다시 뛰는 정통부 조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첫걸음은 조만간 예정된 대규모 국장급 인사를 통해 조직내 분위기를 다잡는 일이다. 어차피 인사가 만사인 만큼 진 장관이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건의와 조언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 이후에는 조직의 맏형으로 구석구석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 정부가 바뀌면서 그간 몰아치기만 했다면 소외되고 불만 가진 세력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개혁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많다. 김 차관이 세심히 챙겨야 할 부분이다.

 정책 분야에도 일정한 역할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해당 실국장들이 최선을 다하겠지만 일을 제일 잘 아는 김 차관이 보완하고 강조해야 할 부분도 있을 것이다. 더욱이 ’바깥’에 나와 있는 동안 현직에선 듣지 못했던 시장과 업계의 생생한 목소리를 느꼈을 터다.

 김 차관은 과거 폭탄주 한 잔이면 ‘사망’ 수준이었다. 그러나 대외협력이란 업무 탓인지 기획관리실장 시절엔 ‘목숨걸고’ 마셨다. 일에는 양보가 없었다. 그의 정통부 안살림 솜씨를 지켜볼 사람들의 기억이다.

<이택 편집국 부국장 ety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