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과학기술)부총리제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과기부총리제의 과감한 도입은 그동안 쌓였던 난제를 풀어나가는 실마리가 되리라 기대되기 때문이다.
사실 과기부총리제는 과학기술계의 오랜 숙원이었다. 노무현 대통령도 후보시절 과학기술인들과의 자리에서 수석과 부총리직 신설을 공약했었다. 과기부총리제 도입이 지연되는 지난 1년동안 우리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참여정부의 최대 국정과제의 하나인 차세대성장동력사업이 대표적이다. 이 사업에 과기·산자·정통 3개부처가 경쟁적으로 나서면서 예상치 못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과학기술 수석의 힘은 기대보다 미약했다. 참여정부는 과학기술수석직을 야심차게 신설했다. 그러나 자문역의 수석직은 집행권을 가진 막강한 정부부처와 관료들을 제어하는데 힘이 부쳤다. 과기수석은 참다못해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의 권한강화를 시도하다 해당부처들과 국회로부터 큰 반발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차세대성장동력사업에서 불거진 과기부총리제의 필요성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지금 우리사회에 과기부총리제가 필요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망국적인 이공계 기피현상과 일자리부족이 그것이다. 과기부총리가 해야할 가장 중차대한 임무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보해 내는 것이다. 이공계기피현상을 타파하지 못하고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울할 수 밖에 없다.
그러기에 과기부총리라는 자리와 역할만으로는 국가의 백년대계를 책임지기에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현안이 되고 있는 이공계기피 타파와 일자리 창출, 이 두가지 문제만 해도 과기부총리가 책임지고 풀기에는 힘들다. 의사와 변호사만을 선호하는 젊은이들의 세태와 이십대의 태반이 백수인 실업난을 과학기술 육성 한가지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이왕이면 과기부총리제보다 한발 더 나아가 기술산업부총리제를 제안한다.
언제부턴가 우리의 정부조직에는 심각한 불균형이 생겼다. 교육부총리제 도입과 재정경제부장관의 경제부총리직 겸임에서 비롯됐다.
교육이 국가의 백년대계라지만 막강한 부총리제의 도입은 총체적인 시스템의 균형과 조화의 실패를 자초했다. 국가의 미래는 더욱더 기술과 산업에 좌우돼가고 있는 반면 우리의 교육시스템은 이와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교육정책이 시대변화에 부응하고 이에 앞서 대비하기보단 망국적인 과외의 근절에만 매달리고 있다. 그렇다고 과외와 사교육 열풍이 사그라들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학생들로 하여금 점수따기 쉽고 돈벌이가 괜찮은,그래서 안분자족할수 있는 직종에만 몰리도록 유도하고 있을 뿐이다.
재정과 금융이라는 막강한 두가지 권력을 휘두르게 된 재정경제부도 마찬가지다. IMF라는 초유의 경제파탄을 겪은 이후 지나치게 금융지표에만 매달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금융지표 개선을 위해서는 제조업의 후퇴나 구조조정을 통한 일자리 축소도 마다하지 않았다. 더욱이 한국의 금융산업은 제조업에 비해 후진된 분야임을 누구도 부정하지 못한다. 금융산업에 근저를 둔 무리한 지표개선은 제조업의 위축으로 이어졌다. 오늘의 실업난과 제조업의 위기는 어쩌면 제조업의 특성을 등한시한 경제정책의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이제 기술과 산업은 뗄레야 뗄 수 없는 상관관계를 지녔다. 기술의 상용화 기간이 짧아져 기술이 곧 산업이요 산업이 곧 기술인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어차피 부총리직으로 격상시킬 것이라면 기술과 산업을 함께 관장토록 하는게 바람직하다. 기술산업부총리를 통해 이 분야의 위상을 강화해 교육 및 금융 정책과 기술·산업 정책간의 견제와 균형이 필요한 시점이다.
<유성호 디지털산업부장 @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