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애플리케이션임대서비스(ASP) 사업자를 대상으로 ‘톱25 ASP’ 리스트를 발표하고 있는 ASP뉴스를 보면 ASP 사업자의 유형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2004년 1월 자료를 보면 리스트에 오른 25개 사업자 중 8개 사업자가 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에서 데이터센터에 이르는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ASP(Enterprise ASP)’이고 나머지 17개 사업자가 자체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웹서비스제공자(Web Service Provider)’가 차지하고 있다.
기업ASP 가운데 하나인 앱숍(AppShop)은 “현재 125개의 오라클 ERP 고객을 확보해 연간 2000만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래리 아브람슨 사장은 밝히고 있다.
대표적인 웹서비스제공자로 소개된 세일즈포스닷컴의 덕파버 글로벌마케팅 담당 이사는 AOL·노키아 등과 같은 세계 유수의 기업을 포함해 8400여 개 고객들이 자사의 소프트웨어를 온라인으로 사용중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기업ASP로 넥서브·SDS·BSG 등이 꼽히고 있다. 넥서브는 지난 2000년 LG CNS에서 분사한 뒤 50여개 전사자원관리(ERP) ASP 고객을 확보했고 이 가운데 20여 개 오라클 ERP 고객만으로 5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또 대표적인 웹서비스제공자로는 가온아이·키컴·안철수연구소·넷매니아 등이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바이러스 백신으로 잘 알려진 안철수연구소는 일본시장 매출의 30% 정도를 ASP 서비스에서 거두고 있다.
이처럼 세계 및 국내 ASP 시장은 전문 ASP사업자들이 주도하는 토탈 IT 아웃소싱 방식의 기업ASP와 소프트웨어 개발 사업자들이 주도하는 온라인 소프트웨어 서비스 방식의 웹서비스제공자로 양분되고 있다.
ASP는 다시 수평적(Horizontal) ASP와 수직적(Vertical) ASP로 나눠볼 수 있다. 수평적 ASP는 앱숍이나 넥서브처럼 범용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모든 업종의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해당되며 수직적 ASP는 비텍스비(섬유)·노아테크놀로지(건설) 등 특정 업종에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를 일컫는다.
ASP산업컨소시엄의 이봉주 팀장은 “지난 2001년 10월부터 정보통신부의 지원을 통해 87개의 업종별 ASP 모델이 개발되면서 한국은 세계 어느 곳보다도 수직적 ASP의 발전 가능성이 높아져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기업ASP나 웹서비스제공자처럼 자사의 서비스를 고객에게 직접 제공하는 ASP 사업자들 못지않게 영세 ASP업체나 소프트웨어 업체의 솔루션을 고객에게 간접적으로 서비스하는 ‘ASP 표준플랫폼 제공자(ASP Platform Provider, ASP Aggregator)’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이들은 직접 솔루션을 제공하지는 않지만 ASP 서비스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인프라를 제공하는 사업자들이다. 세계적인 ASP 표준플랫폼사업자 중 하나인 미국의 잼크래커(Jamcracker)는 ‘벌목장에서 강물을 타고 내려가는 원목들이 엉키는 것을 풀어주는 사람’을 뜻하는 회사명처럼 다양한 ASP 솔루션을 사용할 수 있는 싱글사인온(SSO) 환경을 제공하고 통합과금이 가능하도록 ASP 사업자들에게 인프라를 빌려주고 있다.
정보통신부도 이 같은 ASP 표준플랫폼 사업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지난 2001년 11월부터 540억원의 예산을 투입, KT·하나로통신·데이콤 등과 ‘소기업 네트워크화 사업’을 펼쳐 비즈메카·비즈포스 등 대형 ASP 플랫폼을 구축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제 국내의 일부 ASP 서비스는 선진국들과도 견줄 수 있는 수준에 달했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일례로 2002년 11월 싱가포르 정보통신청에서 전세계 ASP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제안을 받아서 선정한 ‘글로벌 ASP 표준플랫폼 구축 사업자’로 미국의 잼크래커와 같은 유수 업체를 제치고 국내 기업인 넥서브가 선정된 것은 이 같은 시각을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기술이 취약한 국내 기술 수준을 볼 때 소프트웨어 렌털 사상에 기초를 두고 있는 ASP 사업이 어떻게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지에 대해 다각도의 심도있는 논의와 연구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
◆ 성공사례 `아이텍스필`
90년대에 접어들면서 국내 섬유 업체들은 인건비 및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경쟁력 감소와 수입국의 쿼터 문제 등으로 생산 공장을 중국·동남아·중남미 등 세계 각국 2000여개 지역으로 이전해 왔지만 본사는 여전히 국내에 남아 있는 상태다.
이 같은 본·지사 간 이원체제로 운영되다 보니 국내 본사는 해외 생산 공장의 노무 및 주문 관리, 생산관리 등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관리 자동화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별도의 투자를 통해 독자적인 시스템을 개발 또는 구매하기도 쉽지 않다.
니트 의류 수출업체인 아이텍스필은 다른 업체들보다 한발 앞서 80년대 말부터 중남미 지역인 과테말라에서 생산 공장을 가동해 왔다.
이 회사는 국내 본사에 전사자원관리(ERP) 시스템을 구축한 뒤 해외 생산 공장의 정보화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하지만 해외 공장에 관련 시스템을 구축해도 현지 운용 및 관리 문제가 대두됐다.
이후 적합한 IT 솔루션과 적용방안을 모색하던 중 초기 설치비용이 적게 들고 시스템 유지보수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ASP에 관심을 가졌고 지난 20001년 9월 생산·인사·급여 관리 시스템 전문 업체인 비텍스비와 상담을 통해 서비스 도입에 나섰다.
ASP서비스에 적용된 솔루션은 소잉웨어. 해외 봉제공장을 위한 전용 솔루션인 이 제품은 현지의 생산 현황과 관련 업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를 통해 아이텍스필은 인터넷을 통해 세계 어디서나 주문 수주에서 제품 선적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조회할 수 있게 됐다.
특히 국내 본사에서 현지 공장의 생산은 물론 공장 근로자의 인사·급여 현황을 파악해 본사의 관리 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어 효율적인 경영체계를 구현하는 효과도 얻었다. 또 바이어가 요구하는 생산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제공함으로써 주문 상담 및 교섭력도 크게 신장됐으며 기존에 국제전화나 팩스 등으로 진행되던 본사와 업무 및 정보교류도 시스템 조회나 서비스에 연계된 웹메일을 통해 이뤄져 연간 40∼60% 정도의 통신비용 절감효과도 보고 있다.
아이텍스필은 지난 2001년 말에 국내 의류 수출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요르단에 두번째 생산공장을 설립했고 이듬해 현지 생산 초기부터 ASP를 활용함으로써 국내 본사, 과테말라, 요르단을 잇는 삼원 관리 자동화체계의 기틀을 다졌다.
◆ 기고 - 서진구 한국ASP산업컨소시엄 회장
고객은 이제 자동차를 빌려쓰고 신모델이 나올 때마다 갈아치우기를 원한다. 자동차 역시 차를 팔기보다 임대해주고 지속적인 관계를 원한다. 에어컨, 카펫 등도 예외가 아니다. 기업은 이렇게 맺어진 고객관계를 서비스나 다른 영역의 접속에 대한 권리를 팔면서 고객의 시간을 장악해 간다.
과거 산업화 시대는 소유의 시대였다. 소비자는 많은 상품을 구입, 소유함으로써 자신의 존재영역을 확대하고 기업은 많은 상품을 팔아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데 주력했다. 그러나 빠른 변화와 혁신이 이루어지는 현대 사회는 ‘접속의 시대’이다.
사회 비평가 제레미 리프킨은 그의 저서 ‘소유의 종말’에서 새로운 시대를 ‘접속’이라는 키워드로 정의하고 있다. 접속은 일시적으로 사용하는 권리다.
기업 정보화와 관련해 접속으로 대표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애플리케이션임대서비스(ASP)이다. 전세계 ASP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은 기업 설립 당시부터 인사·회계 등을 포함한 기초 소프트웨어를 ASP 방식으로 빌려쓰는 것이 상식화돼 있다. 매달 200∼300달러 정도면 수십만 달러가 소요되는 전산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활용되는 애플리케이션은 오피스 제품, 그룹웨어, 전사적자원관리(ERP) 등은 물론 멀티미디어 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아톰즈사의 이커머스 엔진, 크라운피크사의 콘텐츠 관리 제품, 콘커사의 비용관리 제품 등은 해당분야의 전문 솔루션으로 유명하다.
또 1000명 이상 종업원을 보유한 대기업들의 30% 이상이 ASP를 활용할 정도로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몇년간 미국도 ASP산업의 침체와 구조조정의 힘든 시기를 경험했지만 신규 사업자들이 끊임없이 출현하면서 순수 ASP 사업자를 포함해 독립소프트웨어공급업체(ISV), 통신사업자 등 관련 사업체만 수십만 개에 달한다.
선진적인 ASP 모델은 연평균 50% 이상 성장하고 있는 일본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일본 정부는 ASP를 통해 약 3000개의 지방자치단체들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전자지방자치단체 구현사업이 추진중이다. 중소기업을 위한 온라인 ASP마트도 개설돼 ASP의 체험과 거래를 지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홈페이지 제작기능을 갖춘 글로벌미디어온라인사의 그룹웨어 제품은 사용자당 월 960엔의 저렴한 비용으로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또 후지쯔의 휴대전화 콘텐츠 변화 솔루션인 에프모바일, 그롭사의 앙케트 작성 솔루션인 웹스타트 등도 주목받고 있다.
ASP를 통한 기업 정보화는 접속의 시대를 구성하는 아이콘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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