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황우석교수팀과 미국의 과학자들이 사람의 난자와 체세포만으로 인간의 배아 줄기세포를 복제하는데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전세계가 질병치료의 획기적인 돌파구를 마련했다며 놀라움을 표하고 있다.
오는 수요일 미국에서 인천공항으로 귀국할 황우석 교수는 언론의 치열한 취재열풍에 휩싸일 게 분명하다.
황교수팀은 세계최초로 ‘인간의 난자’와 ‘인간의 체세포’를 이용해 배아를 복제하고 이를 통해 줄기세포로 만들어 냈다. 수정된 지 14일이 지난 배아는 이후 신체의 어느 장기로도 자라날 수 있는 이른바 줄기세포로 자라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성과는 ‘사람의 난자’와 ‘사람의 체세포 핵’으로 말그대로 인간의 신체 부위를 복제해 병든 신체부위를 대체할 길을 열게 된 셈이다.
예를 들어 머지않은 미래에 의사는 당뇨 심장병 신경계 등의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줄기세포를 키운 장기를 이용해 병든 부위를 대체시켜 치료하게 될 것이다. 물론 최소한 10년후의 얘기다.
언론들은 특히 신경계통의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게 됐다고들 야단이다. 이는 오토바이를 타다 불의의 사고로 하반신 신경이 마비돼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는 가수 강원래씨 같은 많은 사람들에게도 희망을 주는 뉴스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이렇게 전세계적인 찬사에 들떠 샴페인을 터뜨리는 것만이 능사인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황교수팀이 지난 10년간 연구끝에 이번 개가를 이루었지만 인간의 난자에 체세포를 주입해 수정하는 기술적 방법 등에 있어서는 선진국에 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극초미세급 주사바늘에 체세포 핵을 담아 난자에 주입하는 수준의 실험상 정교성에서는 아직까지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이는 복제된 줄기세포의 품질과도 연관이 있고 결국 여기서 파생되는 생물산업의 품질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비록 다른 선진국 등이 황교수팀의 성과에 뒤졌지만 그 이후 연구장비 등 연관산업의 발전가능성에 대해 결코 경계심을 늦출 수 없는 아주 간단한 이유를 여기에서 찾아야 한다.
영화화된 소설 쥬라기공원에서는 슈퍼컴이 등장해 잃어버린 세계의 생물을 복제하는 모든 연구를 배후 지원한다. 바이오산업 그 자체만으로 성공 가능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은 이제 미래 첨단과학기술시대 산업육성 정책의 전제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말 차세대 10대 성장동력 가운데 바이오산업을 선정한 바 있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바이오산업은 디지털TV나 차세대 전지, 첨단자동차, SW 등과는 달리 가장 와닿기 어려운 신기루 같은 육성목표가 아닐까 싶다.
이러한 시점에서 황교수의 깜짝 놀랄 과학적 성과는 신성장 동력이 될 바이오산업 부문에 절대적인 동기부여를 했다. 천문학적 산업효과가 예상된다는 바이오 관련산업 및 산업화 관련 법률정비 등이 눈앞에 가로놓여 있다는 지적도 흘려들을 수 없다.
보건복지부의 경우 줄기세포를 이용한 의약적 응용관련 법률체계 마련에 무관심해 산업계의 우려를 사고 있다고 한다. 산업계에서는 막상 개발해 놓고 산업화할 시점에서 그제야 만들어진 법으로 인해 모처럼의 성과활용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미래 성장동력인 바이오 연구분야에서 세계적 낭보를 일궈낸 이 시점에서 이 분위기를 바이오산업 육성의 결정적 동인으로 삼아 지속적 발전으로 이어갈 정책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이재구 경제과학부장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