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인터넷, 그냥 놔두자!

 다시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다. 알다시피 정치는 이제 인터넷을 벗어나서는 존재할 수 없는 개념이 되었다. 정치인들은 선거자금이 없어도 자기 홈페이지를 갖지 않으면 명함조차 내밀 수 없게 되었다. 어느 학자는 최근 몇 년 동안에 일어난 정치와 인터넷의 함수 관계를 ‘인터넷민주주의’라는 말로 대신한다.

 우리나라 인터넷민주주의 역사는 97년 대선이 그 기점이다. 평면적이지만 정당공약 등을 게시한 선거사이트가 이때 처음 등장했다. 이듬해 지방선거에서는 언론사마다 사이트 메뉴방식을 통해 선거정보를 제공했고 자기 사이트를 만든 후보들도 나왔다.

 인터넷민주주의에 대한 가능성은 지난 2000년 16대 총선 때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운동으로 확인됐다. 자기 사이트를 가진 후보가 절반을 넘었을 만큼 당시 인터넷 열기는 무르익었다. 이 열기가 최고로 고조된 때가 바로 2002년 대선이다. 이때 패배한 한나라당측이 ‘디지털 대 아날로그 대결’이라고 2002년 대선을 평가한 것은 ‘명언’으로 남아있다. 인터넷의 위력을 달리 표현한 말일 터이다.

 그래서일까? 4·15총선을 앞두고 요즘 인터넷 민주주의에 대한 관심이 거의 과열수준으로 치닫고 있다는 느낌이다. 여전히 끊이지 않는 인터넷실명제법 파동은 대표적이다. 고도로 계산된 프로 글쟁이들의 글은 놔두고 자기생각을 거칠게 표현할 수 밖에 없는 아마추어들의 글은 관리하겠다는 것이 인터넷실명제법이다. 여기에다 이 제도를 아예 선거법으로 고정시키자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정기간행물법 적용 대상에 인터넷 매체를 포함시키자는 요구도 나온다.

 인터넷 관련정책을 어느 부처에서 맡아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도 있다고 한다. 적당한 곳으로 문화부와 정통부를 저울질하고 이것도 모자라 방송위원회까지 거론되는 것은 차라리 코미디다. 심지어는 국회에서 인터넷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요구할 수 있는 ‘통신자료 요구권’이라는 것을 선거법에 포함시키려는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보다 심각한 것은 이런 일련의 주장이나 요구에서 인터넷의 기술적 이해나 문화적 특성들은 비껴나 있다는 점이다. 2002년 대선에서 득을 봤던 정파는 정파대로, 그렇지 못했던 정파는 그렇지 못한 대로 인터넷을 자신들의 통제선 안에 두고 싶어하는 내심이 숨어 있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인터넷 3000만 시대는 자연발생적으로 도래한 것이다. 2002년의 드라마는 이런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난 결과이다. 물론 3000만 인터넷시대의 허점들도 많다. 익명성을 이용한 음해, 유언비어나 음란물 유포,사이버 테러, 정보격차,스팸 등이 그것들이다. 오프라인에서 전쟁·살인·폭력·절도·강도·빈부격차 등에 해당되는 것들이다. 사전에 차단한다고 발생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사실은 이런 허점들은 개인의 이성이나 자정노력에 호소하여 해결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점이다.

 최고의 인터넷정책은 이용을 규제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인터넷의 기술적·문화적 특성에 따라 이용자에 대한 올바른 교육에 힘쓰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정책이 아닐 수 없다. 3000만의 커뮤니티 욕구를 몇 개의 문구나 문서로 억제한다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막는 격이다. 온라인환경을 오프라인시각에서 조명한다든가, 디지털 사고를 아날로그식 우격다짐으로 꾸겨 넣는다는 표현은 이래서 비롯됐을 터이다.

 정략적 논리로 인터넷 이용을 옹색하게 만드는 것은 인터넷민주주의를 오히려 후퇴시키는 결과만을 낳게 될 것이다. 다가올 4·15총선은 세계 만방에 알려진 한국식 인터넷민주주의가 진짜로 시험받는 장이 될 것이다.

 <서현진 디지털경제부장 j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