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창출은 제조업 공동화,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 등과 함께 어느새 우리나라의 최대 화두가 돼 버렸다. 이미 우리사회는 제조업 고용불안을 넘어서 제조업 고용의 한계를 맞이 한 것 같다. 우리나라 제조업 종사자라면 누구라도 한번쯤은 하루아침에 멀쩡하던 일자리가 사라지리란 두려움을 가졌으리라.
지난 2001년 이후 이틀에 한 개꼴로 300인이상을 고용하는 기업들이 사라져 갔다는 한국산업단지공단의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일할 사람과 의지는 남아 있지만 일터는 사라지고 있는 형국이다.
일자리의 감소는 산업의 자동화·디지털화 등 고도화, 구조조정, 그리고 선택과 집중에 따른 필연적 귀결이다. 그 결과 고용없는 성장의 위기감은 결국 일자리 창출을 보장해야 하는 압력으로 등장했다.
이는 정부와 민간기업이 고부가 제품과 리딩아이템 군 위주로 산업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것이긴 하지만 결국 전통 산업의 희생을 전제로 한 정책이 돼 버렸다. 실제로 지난해 말 정부가 선택한 10대 성장엔진처럼 정부로부터 선택되고 정해진 고도화 사업들이 그런 축에 속할 것이다.
최근 경제장관회의에서 나온 규제완화 등을 통한 간접적 고용창출 지원 정책은 희생양이 된 전통제조업에 대한 정부의 보상적 성격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물론 내용중 상당수는 단기적 처방일 수 있다. 특히 일자리와 관련한 부분에선 더욱 그런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우선 10대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에 대한 대기업의 출자총액제한 제도상 예외조항은 대기업에겐 ’봄비’나 다름없지만 단기간에 대규모 고용 확대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알기 어렵다. 정부가 내놓은 300억원의 일자리 창출펀드 구성계획도 어디까지나 국내 소비상황, 또는 국제교역상황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가변적 펀드가 될 수 밖에 없다.
어차피 중장기적 일자리 만들기 정책을 써야 한다면 ‘예측 가능한’ 정책이 준비돼야 한다.
첨단 IT분야의 인력양성과 일자리에 관한 한 이미 수년전부터 장기적인 IT관련 인력 부족이 예측됐고 경고음도 많이 들렸다.
하지만 공동화 홍역을 겪고 있는 전통적 제조업 분야 인력에 대해 정부의 관심은 조금 달라 보인다.
분명히 첨단은 첨단산업대로 고효율 고부가와 국부창출효과를, 전통산업은 전통산업대로 고용시장 확보라는 나름의 효용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대부분 우리의 제조업이 대거 중국으로 태국으로 말레이시아로 멕시코로 중남미로 흘러들어가고 있는 이후의 상황에 대해 무심한 듯 하다.
전통산업의 인력 수급구조에 대한 연구와 대응이 필요한 이유는 그 부담이 결국 첨단 선진산업부문으로 돌아가기 때문일 것이다.
첨단산업의 육성도 중요하지만 전통산업 축소에 따른 일자리 감소가 어쩔 수 없는 대세라면 이를 계산하고 예상 잉여인력에게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일자리가 돌아갈 계획을 짜야 한다.
제조업공동화에 이은 R&D공동화까지 말해지고 있는 이때 정부는 전통산업 공동화와 이에 따른 일자리 감소현상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지 묻고 싶다.
경제과학부 이재구 부장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