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SW산업을 육성해야 하는 이유

최근 SW기업 사장들에게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언론에서 국내 SW기업들에게 많은 성원을 보내주고 있고 그 결과가 시장에서 하나 둘씩 반영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일부 정부나 공공기관에서는 별다른 하자가 발생하지 않을 경우 지금까지 사용해 오던 사무용 SW를 국산으로 완전 대체키로 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국산 SW에 대한 관심이 너무 지나쳐 사실을 왜곡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전체 산업구조에서 SW산업 비중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10%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나 휴대폰 등과 같이 비교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또 수준이 높아질 대로 높아진 고객에게 과거와 마찬가지로 애국심에 호소해 매출을 늘리려 한다면 더 큰 문제라는 비난도 적지 않다. 물론 지금과 같은 정보화시대에 애국심을 앞세워 질이 떨어지는 제품을 구입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하지만 우리의 손으로 개발된 SW가 있고 이 제품이 외산에 비해 성능은 크게 떨어지지 않으면서도 가격경쟁력이 있다면 구태여 외산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정보화시대에 SW는 핵심이다.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열기 위한 관건인 전통기업의 고도화를 가능케 하는 도구가 SW이기 때문이다. 반도체와 휴대폰이 지금의 먹거리라면 SW는 우리의 미래를 짊어질 미래의 먹거리다. 이 같은 이유라면 다소 무리가 되더라도 우리가 SW산업을 키워야 하는 충분한 명분이 된다.

 비록 분위기는 과거에 비해 좋아지고는 있지만 아직도 우리나라 SW산업의 처지는 하나의 산업이라고 이야기하기가 무색할 정도로 취약하기 그지없다. 국산 SW를 대표하는 기업을 꼽는데 열 손가락만으로도 충분하다. 어느 정도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규모인 매출 1000억원, 즉 연간 1억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SW 전문기업은 2005년 이후에나 기대해 보는 정도다. 이것이 현재 우리 SW산업의 수준이며 국내 고객들이 국산 SW를 찾지 않는 이유에 대한 해답이기도 하다. 가격이 외산에 비해 저렴하다고 해서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중소기업의 제품으로 정보화시스템을 구축하는 어리석은 고객들은 없다.

 따라서 문제는 간단하다. 우리나라 SW산업을 세계적 수준으로 올리기 위해서는 매출 1000억원이 넘어 자생적으로 기업경영이 가능한 전문 SW기업들을 1000개 이상 키운다면 간단히 해결된다.

 당연히 정책입안자들도 여기에 초점을 맞춰 정책을 수립하면 된다. 하지만 현재의 정책은 정반대다. 국산 SW의 가장 큰 수요처가 돼야 할 정부나 공공기관들마저 국산 SW의 사용을 꺼리고 있는 상황에서 SW기업들이 클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없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SW를 수출산업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가 사용하지 않은 상품을 외국인에게 사라고 강요하는 셈이다.

 이제 SW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만큼 과감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자리를 깔았는데도 SW기업들이 자리를 잡지못한다면 시장논리에 맡겨 M&A 등을 통해 타율적으로 기업규모를 키울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 강력히 시행할 필요도 있다. 국산 SW에 대한 인식이 낮은 상황에서 우수한 SW기업을 발굴하고 이를 육성, 발전시키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의 SW를 갖지 못했을 미래에 우리 정부나 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은 이보다 10배 이상 더 힘들 것이 분명하다. 이것이 SW산업을 육성시켜야 하는 이유다.

 <양승욱 컴퓨터산업부장 sw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