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목요일 도쿄에서 개최된 소니의 2004년도 경영방침 설명회에서 이데이 노부유키 소니 회장은 “창업 60주년을 맞는 2006년까지 영업이익률 10%를 달성하기 위해선 끊임없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선언했다. 이날 이데이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지 말고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기반을 튼실히 다지는 데 매진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또한 “소니가 환갑을 맞는 2년 후에는 세계 전자제품 시장판도가 지금과는 딴판이 되어 있을 것”이라며 “실추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최대 관건”이라고 위기의식의 일단을 드러냈다.
소니가 지난해 실시된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이데이 회장이 올해 또 다시 중단 없는 개혁 의지를 키워드로 들고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원인은 작년의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실적이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 데다 워크맨, 트리니트론, 플레이스테이션 등 히트상품의 뒤를 이을 성장엔진이 부각되지 않고 있는 데 따른 위기감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소니의 위기는 작년 초 실적쇼크로 표면화됐다. 실적 쇼크의 후폭풍을 흡수하기 위해 소니는 창업 60주년인 2006년에 영업이익률 10%를 달성하는 회사로 변신할 것이라며 그룹 변혁 프로그램인 ‘트랜스포메이션 60’을 마련, 실행에 옮기고 있다. ‘트랜스포메이션 60’의 일환으로 지난해 9000명의 인력을 줄였고 생산·물류·서비스 거점을 10% 축소하는 등 경영 전반에 메스를 가했다. 또 납품 업체의 숫자를 기존의 4700여개에서 2400여개로 줄였고 생산공정에 투입되는 부품점수(点數)도 80만개에서 40만개로 축소했다. 지난해 이 같은 합리화비용에 무려 1700억엔의 자금이 투입됐다.
이 같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최근 소니가 내놓은 2003 회계연도 경영 성적표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일본 유수의 전자 업체들이 디지털카메라·대형TV 등의 폭발적인 수요 증가에 흑자행진을 펼친 데 반해 소니의 지난해 순이익과 영업이익은 각각 23%와 47% 감소했다. 올해 사업전망 역시 낙관적인 편이 아니다. 순이익과 영업이익이 작년대비 13%와 62%씩 증가할 전망이지만 금융비용과 합리화비용을 제외하면 실질 영업이익률은 3.5%에 그칠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소니의 ‘트랜스포메이션 60’의 중요한 한 축이 구조조정이라면 다른 한 축은 ‘제품간 융합화 전략’이다. 이번 경영방침 설명회에서도 소니는 디지털 카메라·휴대폰·디지털 가전·오디오·컴퓨터 등 각종 전자제품이 융합돼 결국은 ‘홈 일렉트로닉스’분야와 ‘모바일 일렉트로닉스’분야로 집약될 것이라며 제품의 융합화에 승부를 걸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소니가 권토중래에 나서고 있지만 변혁프로그램이 과연 성과를 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특히 최근 소니가 각 분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이고 있는 사업내용을 보면 솔직히 아슬아슬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최근 디지털 음악서비스인 ‘소니 커넥트’를 내놓으면서 애플의 ‘아이튠스’와 경쟁하겠다고 선언했고 휴대형 게임기인 PSP를 출시해 닌텐도, 노키아 등과 경쟁을 펼칠 예정이다. 거기다 유럽에선 BMG와 합병승인 절차를 남겨놓고 있으며 영화사인 MGM 인수를 위해 실사작업도 진행중이다. 최근에는 한국의 삼성전자와 LCD합작법인을 설립했다. 그야말로 끊임없는 영토확장이다. 소니의 탐욕스런 영토확장 전략과 구조조정 작업이 과연 어떻게 맞물려 들어갈지 궁금하기 만하다.
<장길수부장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