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문제투성이다. 심의 대상은 하나인데 들이대는 잣대가 너무 많다. ‘음비게법’만 있는 줄 알았더니 ‘전기통신사업법’이 나온다. ‘청소년보호법’을 적용하는데 ‘정보통신망…법’이 들먹여지기도 한다. 기준도 일정하지 않다. 18세까지를 청소년으로 삼자는데 한쪽에서는 19세라고 주장하는 식이다.
‘이현령비현령’이 많아 일관성과 공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그뿐인가. 명분과 실리가 상충하여, 청소년 보호라는 명분 앞에 산업이 위축되고 산업진흥이라는 실리앞에 청소년이 병든다고 맞선다.
잇따라 문제가 터지고 있는 온라인게임 심의제도를 두고 나오는 말들이다. 너무 헷갈린다. 왜 이런 제도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가? 어떤 사람에게 헌 집을 헐고 새 집을 짓지 못하는 까닭을 물었더니 대답이 오만가지다. 당장 세간을 들일 곳이 없어서, 새집을 지을 비용이 없어서, 관청의 허가 얻기가 어려워서, 살다보니 정들어서...심지어 믿을만한 목수가 없어서라는 이유도 나왔다. 이렇게 되면 이 사람은 평생 안락하고 쾌적한 집에서 살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놓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현행 게임물 심의제도의 문제점은 우선, 하나의 대상을 놓고 서로 다른 기관이 제각각 나눠 벌이는 중복심의 또는
이중규제 논란으로 모아진다.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음비게법’에 따라 사전에 청소년 이용 등급을 매겨놓은 것을 나중에 다시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정보통신망...법’등으로 청소년유해매체물 여부를 판정하는 식이다. 얼핏 두기관의 역할분담이 썩 잘돼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심의기준과 내용이 서로 다르고 법적의무도 판이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청소년 기준연령이 심의기관마다 다른 것은 차라리 당혹감을 주는 대목이다. 영등위는 18세를, 윤리위는 19세를 각기 청소년 상한 연령으로 삼고 있다. 성년의 하한 연령을 20살로 정한 현행 민법에 대한 해석의 차이일 수도 있으나, 기업 입장에서는 사활이 걸려있는 마케팅 전략에 적지않은 혼선을 빚는 요인이 되고 있다. 게다가 18세에서 19세 사이 연령층에 대한 ‘규제의 사각지대’를 만드는 결과도 나타나고 있다. 영등위의 등급판정에 따랐는데도 윤리위로부터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낙인찍히는 사례가 바로 그것이다.
심의제도에 대한 혼란은 결국 현실적인 문제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 영등위의 등급판정은 청소년 보호에만 치중하다보니 심의의 일관성과 공정성이 결여되는 한계가 빈번하게 노출되고 있다. 판정 때마다 갖가지 시비에 휘말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윤리위 심의도 공공성만을 강조하다보니 게임 본래의 오락성과 상업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을 면치 못해왔다. 산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대목이다. 온라인게임은 이미 한국을 대표하는 효자수출 품목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유해물 판정을 받은 제품들이 속출한다면 어느 나라가 이를 수입하러 들까?
언제까지 이런 상황을 보고만 있어야하는 걸까? 물론 자율심의제니,심의위원의 전문성을 제고해야하느니, 민간중심의 새 심의프로세스니 하는 대안들이 나오고 있지만 모두 고양이 방울달기식이다. 때마침 법무부가 성인하한연령을 19세로 낮추는 민법개정안을 내놓았다. 어쩌면 게임물심의 제도 개선에 ‘중대한’ 변수가 될 수 있는 ‘선물’이 아닌가 싶다.
온인게임물 심의제도는 조만간 가시화될 무선인터넷콘텐츠 심의제도 골격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산업계가 ‘중복심의대책위원회’같은 압력기구를 만들어내는 것은 지켜볼 때만은 아니다. 지금은 정부·산업계·시민단체 모두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고쳐야할까를 논의해야 할 때이다.
◆서현진 디지털문화부장 j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