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변변한 과학관 하나 없는 한국

‘쥬라기공원 투어’ ‘ASPACE 2004’ ‘걸리버로봇 곤충세계 대탐험전… 2003년 겨울방학 때부터 최근까지 코엑스에서 열린 전시행사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어린이들에게는 서울 삼성동에 있는 코엑스 전시장이 과학교육의 산 교육장이 되어 버렸다. 아쿠아리움은 살아 있는 생물학습장이다.

 70년대까지만 해도 서울에서 최고의 놀이터이자 과학교실은 남산에 있었다. 지금은 남산도서관으로 변한 ‘어린이회관’이 바로 그것이다. 맨 꼭대기 층은 천문대였고 바로 아래층에 캄캄한 별자리 그림이 있었고 거기에서부터 한층 한층 내려오면서 학생들은 온갖 과학적 현상을 보고 만지며 직접체험할 수 있었다.

 서울대 의대 맞은 쪽에 있던 ‘서울과학관’ 역시 학생들이 자주 찾는 명소였다. 하지만 이제는 외국에 비싼 돈을 치르면서 유치한 ‘인체의 신비전’을 열었던 추억의 장소로 변했다.

 성동구 능동 어린이공원에도 과학관 형태의 전시공간이 있지만 예전의 과학관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세계 최대의 메모리제조회사인 삼성전자는 기가급 메모리를 내놓고 있지만 그곳 반도체 전시장에는 10년 전에 만든 킬로급 D램이 전시되어 있는 수준이다.

 손꼽을 만한 과학관이 별로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그래도 학생들의 과학교육에 도움이 되는 과학관을 꼽으라면 서울과학관, 대전 국립과학관, 서대문자연사 박물관, LG사이언스홀, 삼성어린이박물관, 그리고 현재 짓고 있는 과천정보나라 정도일 것이다.

 굳이 스미소니언 박물관 같은 세계 최대, 최고의 예를 들지 않아도 호주 시드니 박물관을 통해 우리는 충분히 좋은 과학박물관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본다. 이곳에는 단순한 유리상자 속의 곤충 전시 대신 도시에서 찾아 보기 쉽지 않은 수백종의 곤충들과 그들의 생태 하나하나를 미니어처로 만들어 전시해 놓고 있다. 그런가 하면 호주대륙의 모든 광석들을 보여주고 광석채굴 현장을 도해로 보여주는 등 과학관이 생생한 교육 현장이 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어린이를 위한 과학교실도 열린다.

 우리나라의 어린이들은 정부에서 만든 과학관보다 민간의 기획에 의존한 전시회를 통해 겨우 과학을 맛보고 있다. 그래서 과학교육의 알파요, 오메가인 생활속의 과학박물관에 대한 갈증은 더욱 크다.

 과학의 중요성을 모르는 어린이들이 자라서 만드는 과학강국은 허상에 불과하다. 과학강국을 외치면서 과학교육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할 수 있는 변변한 과학관이 ‘대전에 딱 하나’ 있다는 것에 대해 그동안 과학행정 관계자들은 무엇을 했는지 자문해 보아야 한다. 엑스포전시장은 왜 놀리고 있는지도 생각해 보자.

 게다가 사이언스코리아를 외치며 ’과학한국’을 이끌자고 하면서도 OECD국가 중 유일하게 자연사박물관 하나 없다는 것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10일 과기부는 사이언스코리아 사업 확산을 위해 연내 전국 16개 지자체에 어린이 과학놀이터를 조성하고 내년까지 94억원의 테마과학관 건설비용을 지원한다고 재확인했다. 물론 여기에 지자체의 재원 100억원도 포함될 예정이다. 하지만 좀더 길게 내다본다면 당장 과학놀이터를 만들어 과학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 주는 것도 좋지만 변변한 과학관 하나를 세우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 비용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재구 경제과학부장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