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SW)업체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거에는 눈치만 살폈던 정부나 수요처인 대기업들을 향해 가시 돋친 이야기도 서슴지 않는다. 앞으로는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정당하게 유지보수료를 받겠다고 공동으로 선언을 하는가 하면 자신들의 주장을 효과적으로 내세우기 위한 분야별 이익단체도 잇달아 설립하고 있다.
SW업계의 이 같은 움직임은 경기침체와 외산 솔루션 업체들의 공세에 몰린 국내 SW업체들이 더는 뒤로 밀릴 수만은 없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최근 일반 기업체는 물론 공공기관 및 금융기관 등에서 국산 SW를 도입하는 경향이 확산되고 사상 처음으로 국산SW의 수출이 1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 등 그 어느 때보다도 주변환경이 호전되고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더욱 설득력있게 들린다.
실제 우리나라 SW산업을 둘러싼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좋은 게 사실이다. 과거에는 대기업 전산화프로젝트에 국내 업체들은 제안서조차 낼 수 없었다. 대기업들이 아예 입찰단계에서부터 배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산SW에 대한 사용자들의 인식이 개선되면서 지금은 외산과 똑같은 상황에서 경쟁을 벌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고 있다.
수출환경도 좋아지고 있다. 일본 대기업프로젝트에 국산 ERP가 도입되고 있으며 미국에도 국산BPM솔루션이나 그룹웨어가 본격적으로 공급되기 시작됐다. 3년 전부터 매년 배 이상씩 늘었던 수출이 올 들어서는 이미 계약액만 4억달러를 넘어섰다. 불가능할 것만 여겨졌던 SW 수출 10억달러 돌파도 이제는 시간문제로 남았다.
정부의 SW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도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하다. 공개SW나 임베디드SW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은 물론 아예 현재 SW진흥과를 국으로 승격시켜 차세대 성장산업으로서 SW산업을 제대로 한번 키워보자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그러나 올들어 SW업체들이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데는 초창기 한국 SW산업을 이끌어 온 1세대가 대거 퇴진하고 2세대가 전면에 등장,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데서 직접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백원인 미라콤아이앤씨사장 겸 현대정보기술사장, 김규동 핸디소프트사장, 백종진 한글과컴퓨터 사장, 이수용 아이티플러스 사장 등이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2세대 CEO들이다.
이들 2세대 CEO에게서는 우리나라 SW산업을 글로벌하게 키울 수 있다는 자신감과 업계 공동의 이익을 위해서는 머리를 맞댈 수 있다는 책임감이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따라서 이들에게 거는 기대는 크다. 지금과 같은 기회를 놓친다면 우리나라 SW산업이 도약하는 데는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인내심이 필요할지 모른다. 최근 SW업체들의 노력들이 일회성으로 끝나거나 단순히 전시성 모임으로 전락해서는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다.
SW업체 경영자들이나 관련단체들 스스로 나무보다는 숲을 보는 거시적인 안목을 가져야 한다. 각각의 아이템도 중요하지만 SW라는 큰 틀에서 산업을 정착시킬 수 있도록 서로 노력해야 한다. 정부나 상급단체의 눈치를 보는 관행도 없어져야 한다. 잘못된 정책에 대한 과감한 비판과 함께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 끊임없이 요구해야 한다.
이제 SW산업 전면에 나선 2세대 CEO들이 우리나라 SW산업을 미래성장동력으로 이끌어갈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자.
<양승욱 컴퓨터산업부장 sw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