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한국의 퀄컴을 배출해내자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환경 마련

퀄컴은 20세기 아메리칸드림의 상징이다. 미국은 퀄컴 이전에도 IBM, 인텔, MS 등 숱한 성공신화를 창조해냈다. 하지만 미국인들에게 퀄컴은 각별한 존재다. 선배들이 컴퓨터 왕국을 이끌었다면 퀄컴은 무선통신 시대를 이끌고 있다. 퀄컴이 없었다면 미국은 적어도 무선통신분야에서만큼은 유럽에 점령당할 뻔했다.

 컴퓨터 하나로 20세기를 지배한 미국도 퀄컴이 없다면 21세기를 암울하게 보내야 할 처지였다. 21세기엔 모든 경쟁력이 무선통신에서 비롯되고 있다. 무선통신과의 접목 없이는 어떤 제품도, 산업도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유럽세가 지배적인 무선통신에서 퀄컴은 미국의 자존심과 같은 존재다.

 퀄컴은 비단 미국인뿐 아니라 한국인에게서도 가장 사랑받았던 기업이다. 한국은 퀄컴과 손잡고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신화를 창조해냈다. 오늘날 세계적인 명성을 누리고 있는 한국의 통신산업이 있게한 주인공이다. 그런데도 최근들어 퀄컴이 한국인들에게 미운 털이 밝혔다. 자신의 이익잣대로 사사건건 옛 동지의 발목을 잡으려한다는 인식때문이다. 특히 중국기업에 후하게 느껴지는 퀄컴의 로열티정책은 한국인들의 반감을 불러일으켰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퀄컴은 좋든 싫든 반드시 필요한 우리의 파트너다.

 얼마전 퀄컴칩 부족으로 국내 통신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퀄컴없이 한국의 통신산업,나아가 국익을 기대하기 힘든게 현실이다. 퀄컴은 한국이 정서적으로 배척하는 대상이 아니라 배워야할 벤치마킹 대상이자 비즈니스 파트너다.

 퀄컴은 21세기 산업의 뿌리인 무선통신기술의 원천을 보유하고 있다. 퀄컴이 이를 바탕으로 얼마나 다양한 사업을 펼쳐내고 성공해내는지 앞으로도 지켜보고 배워야 한다.필요할때는 언제든지 우리의 파트너로 삼을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도 하루빨리 퀄컴같은 기업을 배출해내야 한다.

 협상력은 힘에 비례한다. 글로벌 톱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전자가 좋은 예다. 삼성전자는 내부에 축적한 기술과 제품력,브랜드 파워로 어떤 협상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확보해내고 있다.

 그렇다고 한국의 미래를 언제까지나 삼성전자나 LG전자에만 의존할수는 없다. 작지만 강한 벤처기업을 하루빨리 퀄컴과같은 세계적인 기업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다행히 퀄컴처럼 한분야에서 원천기술을 확보한 벤처들이 최근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덩치는 작지만 우리에게는 영원히 남의 것처럼 여겨졌던 통신과 멀티미디어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에도,일본에도,유럽에도 없는 고유의 원천기술인만큼 잘만 키워내면 세계를 호령할수도 있다.

 모두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한국의 통신과 인터넷 인프라가 원천이다. 우리에게 막강한 인프라가 있는한 장차 한국의 퀄컴이 될 싹들은 계속 태어날 것으로 믿어마지 않는다.

 이들이 하루빨리 퀄컴처럼 세계를 호령하게 되도록 물과 거름을 주고 빛을 쏘이게 하는 일만 남았다. 때마침 정부에서도 IT SoC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고 이들을 육성하려 애쓰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도 퀄컴을 철저히 보고 배워야 한다. 단순한 기술개발이나 자금 지원같은 방식만으로는 안된다. 퀄컴이 어떻게 미래 기술을 개발했는지, 이를 세계적인 표준으로 만들어냈는지, 그리고 미국과 미국정부의 보이지않는 지원은 과연 무엇이었는지를 배우고 알려줘야 한다.

 한국의 퀄컴으로 성장할 후보들에게는 벤처기업에서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할수 있는 토대와 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 이들에게는 돈보다는 더욱 절실히 필요로하는 것들이 아직 산적해있다.

 유성호 디지털산업부장 sh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