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가 상품이라는 사실을 깨우친 지는 얼마 안됩니다. 무단도용 사례가 빈번했고 적절한 조치도 미미했습니다. 이제 조금 나아진 것 같습니다” 유명 캐릭터 업체 C사장은 문화상품의 지적재산권의 허술한 관리에 대해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우리나라의 문화산업력은 짧다. 정확하게 말하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 자체가 얼마 않된다. 애니매이션이 그렇고 캐릭터도 그렇다. 반면 음악은 산업으로서의 입지가 갈수록 줄어드는 형편이다.
음반업계 관계자는 “음반산업 규모가 10분의 1로 뚝 떨어진 상황에서 사업에 대한 흥미가 유발될 수 있겠냐.”고 반문한다. 온라인음악서비스업체들이 ‘무료’로 뿌리 박아 놓은 시장을 하루 아침에 유료로 전환한다고 해서 시장이 되 살아날지 의문이라는 얘기다.
애니매이션 역시 마찬가지다. 초대작 ‘원더플데이즈’는 제작원가의 반도 못미치는 관객수입으로 처참하게 무너졌다. 작품성을 인정받아 해외에서 상까지 수상했음에도 불구하고 흥행에는 참패했다. 한국영화가 잇단 대박을 내놓는 것과 대조적이다. 물론 흥행 참패는 제작자의 책임이 크지만 한국 애니매이션에 대한 관객들의 폄하도 한 몫 거들고 있다.
캐릭터는 상품으로 인정받은 지가 불과 얼마 안된다. 원소스멀티유즈(OSMU)가 대세로 등장하면서 원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아직도 ‘헐값’에 사용되고 있다. 지적재산에 대한 정확한 가격이 없는 상황에서 있는자의 논리로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부분 캐릭터 업체는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가난에 갇힌 콘텐츠업체들은 또 다른 가난을 양산한다. 콘텐츠 개발자 모두 고학력의 전문인력들이다. 하지만 그들의 사회적 대우는 그들의 노력이나 학력에 비해 반도 미치지 못한다. 첫 작품에 실패하면 재기 불능인 업체들이 수두룩하다. 일부 업체는 급여 일괄 100만원 수준이다. 대박의 꿈이 있어 버티지만 현실적으로 생활이 어려운 금액이다.
문화산업의 토대는 부실하기 짝이 없다. 정부 지원 역시 부실하다. 최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50억원의 지원예산을 받은 문화원형복원사업에도 전문인력의 고용효과를 강조했다. 50억원이면 온라인게임 대작 게임 한편 제작하는 금액이다. 그 금액으로 일부 경비를 뺀 후 300명의 전문인력을 고용하고 파생되는 임시직까지 상당수의 인력고용효과를 창출한다고 자신했다. 상황이 그 만큼 열악하다는 증거다.
콘텐츠 산업은 태동기를 넘어 부흥기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이 산업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인력들은 밥술조차 뜨기 힘든 상황이다. 문화산업과 콘텐츠산업을 미래의 먹거리라고 주창하고 있지만 기본적인 대우마저 허술한 현실에서 경쟁력 있는 문화상품이 나오길 기대하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이다. 겉은 화려하지만 문화산업은 배고픈 산업으로 천천히 떨어지고 있다.
문화콘텐츠진흥원의 한 관계자는 “5대 문화산업 강국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콘텐츠 개발자들의 배고픔이 없어야 하고 자존심을 세워줘야 합니다. 노력에 대한 정당한 댓가를 받을 수 있는 시장이 있어야 하고 사용자들의 인식전환이 따라줘야 합니다.”라고 산업진흥의 요건을 잘라 말했다. 영세산업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콘텐츠 개발자들은 갈 수록 서럽다.
이경우기자@전자신문, kw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