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가 지난 1년여 동안 펼쳐왔던 IT정책 중 가장 돋보였던 정책을 꼽으라면 SW산업 육성책을 들 수 있다. 그동안 통신 및 방송산업과 관련해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킨 충격적이고 신선한 정책이야 한둘이 아니겠지만 SW산업 관련 정책들은 생색내기와는 전혀 상관없기에 더욱 돋보인다.
SW산업 발전을 위한 장기계획이 수립되고 공개SW 육성정책, 임베디드 SW산업 육성책 등 SW산업 육성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잇따라 마련됐다. SW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위해 소규모 프로젝트에 대기업들의 참여를 제한하는 법도 마련돼 시행되면서 중소 SW업체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기도 했다. 또 SW진흥과를 국으로 격상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으며 심지어는 대통령이 직접 SW업체들과 만나 ‘SW를 아는 사람이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을 때 SW산업을 한번 제대로 키워보자’고 해 어려운 상황에서 SW기업을 이끌고 있는 수많은 SW경영자들을 한껏 고무시키기도 했다.
이 같은 영향 때문인지 ‘이제 우리도 한 번 해보자’는 분위기가 SW산업 전반에 확산되고 국산 솔루션 모임 등 SW관련 이익단체들도 잇따라 결성돼 시장활성화 방안을 공동으로 모색하는 것은 물론 고질적으로 지적돼 온 문제점에 대한 정책 대안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모처럼 만에 형성되기 시작한 시장활성화 분위기가 최근 들어 급속히 식어가고 있다. 혹시나 하면서 기대했던 정부의 각종 지원책은 1년여가 지나도록 말만 있을 뿐 구체적인 실행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여러가지 정책들이 그냥 헛구호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정책에 대한 불신감마저 엿보이기까지 한다.
우선 SW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큰 목소리와 달리 정부가 이를 위한 사업을 벌일 수 있는 근간이 되는 예산은 늘어나기는커녕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세계적인 추세인 SW의 컴포넌트화를 위한 사업에 2000년 75억원이 투입됐지만 2003년에는 18억원, 올해는 그나마도 배정되지 않았다. 정부가 심심치 않게 이야기하는 공개SW산업도 마찬가지다. 정통부와 SW진흥원은 연간 80억원 정도를 예산으로 확보하고 있다. 적지 않은 금액 같지만 진흥원이 발표한 거대한 중장기 로드맵을 추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웃 중국이 1000억원대에 달하는 금액을 투자하는 것과 비교하면 궁색하기 짝이 없다.
최근에는 정보화촉진기본법을 개정, 그동안 SW수출산업의 교두보역할을 해왔던 아이파크를 한국정보통신수출진흥센터(ICA)로 통합해 정보통신해외협력진흥원을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 또한 SW산업의 특성을 전혀 고려치 않은 결정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올해 국산 SW수출 목표액은 10억달러다. 한 달 수출액만도 20억달러를 웃도는 휴대폰이나 반도체와 비교해 보면 그야말로 초라하기 그지없다. 실적이 앞설 수밖에 없는 정부출연기관의 특성을 고려해 볼 때 SW보다는 휴대폰이나 반도체 수출에 더 많은 관심과 투자가 이루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고위공무원의 퇴직 후 자리를 하나 만들기 위해 SW산업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듣기 거북한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SW산업이 뒷받침되지 않은 IT산업의 발전은 기형적일 수밖에 없다. 중국과 인도가 세계 IT강국으로 무섭게 떠오르고 있는 것도 SW산업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SW산업정책이 죽이기가 아닌 살리기로 하루빨리 탈바꿈하기를 기대해 본다.
양승욱부장@전자신문, sw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