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진장관이 해야 할 일

 정통부에서 제조업에 대해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은?

 이 문제의 정답은 진대제 장관이다. 아마 본인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고 주변의 많은 관료도 이에 대해 별 이의를 달지 않는 눈치다. 국내 굴지의 제조업체에서 수재형 CEO로 잔뼈가 굵은 이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제조업에 대한 진 장관의 탁월한 이해력은 IT839에도 짙게 녹아 있다. 8대 신규서비스, 3대 첨단인프라, 9대 성장동력을 앞세워 정보통신과 IT산업, 제조업의 연계고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은 분명 진 장관의 혜안이 없었으면 나오기 힘든 작품이다.

 하지만 이 ‘걸작’이 점점 청와대 보고용이거나 대국민 전시용 같은 구호성 용어가 돼가고 있다. 정작 IT 839 전략의 실행주체인 기업이 별 관심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단순히 839라는 용어가 익숙지 않아서가 아니다. 돈이 될 것 같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심지어 IT839에 대해 ‘우리가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닌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이라는 조소 섞인 평가도 나오는 실정이다.

 “일단 너무 많다. 무슨 돈으로 그 모든 서비스와 제품 개발을 할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또 서비스 허가권과 관련해서는 정책의 상황논리만 있을 뿐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불안하다. 이보다는 아예 초고속인터넷의 예처럼 뭔가 하나만 집중적으로 추진해 부대효과를 건지는 것이 효율적일지 모른다.”(통신사업자 A사 대표)

 “미래의 먹거리를 위해 온통 신경이 컨버전스에 쏠리고 있는데 정부에서는 IT839만 강요하고 있다.”( 통신사업자 B사 대표)

 늘 그래왔듯이 투자 없는 국가전략이나 프로젝트는 성공을 담보하지 못한다. IT839가 담고 있는 취지가 아무리 훌륭해도 정부 예산만으로 이를 추진한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그래서도 안된다.

 일단 투자를 유도하려면 사업자들에게 돈이 된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신규진입 시장의 파이가 기본적으로 크거나 그것이 아니면 그렇게 만들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인상을 줘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이것도 저것도 아니다. PCS 같은 시장은 없고 고만고만한 시장에다 뭔가 해보려고 하면 언제 어떤 식의 규제를 들이댈지 모르겠다는 게 사업자들의 공통적인 인식이다.

 지금부터는 그래서 진 장관의 의지가 중요하다. IT839가 당초 취지에 걸맞게 모든 분야에서 선순환의 고리를 이루려면 업계의 투자를 유도하는 파격적인 조치들이 필요하다. 먼저 정통부에서 실·국장들의 목소리가 커졌으면 좋겠다. 지금처럼 큰 방향을 말하는 장관만이 입을 열고 실제 이를 적용, 운용하는 실·국장과 일선과장이 입을 다물고 있으면 사업자들은 갈 방향을 잡지 못한다.

 또 사업자들이 비전을 그릴 수 있도록 규제와 제도의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 통·방융합이나 유무선통합서비스를 원활히 할 수 있도록 통·방 규제기구와 규제의 틀을 정비하고, 유무선 역무별로 나누어진 통신사업법을 유무선통합형으로 전환해 자의적인 사업자 규제를 최소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통신시장이 구조조정 국면을 맞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에 대비해야 한다.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사업자들이 적절한 투자의욕과 긴장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사업자 구조의 재정비가 시급하다.

 현재 정통부와 사업자들은 서로 다른 주파수로 대화하고 있다. 정통부가 IT839를 말할 때 사업자들은 컨버전스를 얘기한다. 하지만 결국 시장과 먹거리 창출의 주역은 기업이다. 사업자의 주파수를 이해하려고 할 때 IT839도 비로소 술술 풀리게 될 것이다.그것이 또 CEO출신 장관에게 거는 유일한 기대일지 모른다.

김경묵부국장@전자신문, km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