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폴 앨런의 꿈

 순수 민간자본으로 제작된 우주선 ‘스페이스십원’이 지난 4일 지상에서 100km 떨어진 준궤도를 비행한 후 미국 캘리포니아주 모하비 사막에 성공적으로 귀환했다. 이번 스페이스십원의 성공적인 비행으로 제작팀은 1000만달러의 ‘앤사리X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가한 사람들과 과학자들은 이번 비행을 지난 27년 찰스 린드버그가 ‘스피릿 오브 세인트루이스호’를 타고 대서양 횡단에 성공, 오티그상을 수상한 역사적 사건에 비유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스페이스십원에 탑승한 우주 비행사 브라이언 바이니는 환상적인 경험이었다며 감격의 순간을 표현했고, 우주선 설계자인 버트 루턴은 민간 우주비행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던 보잉·록키드·NASA 등의 과학자들에게 일격을 가했다. 모험가인 영국 버진 그룹의 리처드 브랜슨은 우주 여행의 꿈에 한발짝 더 다가섰다. 그는 스페이스십원 제작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모하비에어로스페이스벤처스(MAV)’로부터 라이선스를 획득해 오는 2007년께 여행자 한명당 20만달러의 요금을 받고 우주여행 상품을 내놓겠다고 호언했다.

 뭐니뭐니해도 이번 우주비행의 일등공신은 2000만달러라는 거금을 댄 폴 앨런이다. 지난 80년대에 MS를 떠났지만 아직도 빌 게이츠와 함께 MS의 공동 창업자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다니는 그는 단번에 파악하기 힘들 정도의 지적인 탐구심과 신규 사업에 대한 안목으로 호기심의 대상이 되곤 한다.

 현재 그는 벤처캐피털인 불칸을 비롯해 프로그램 제작사인 불칸 프로덕션, 케이블TV업체인 차터 커뮤니케이션의 소유자다. 동시에 스필버그 감독 등과 합작해 설립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드림웍스 등에 거금을 투자하고 있다. 다소 의외인 것은 그가 시애틀에 연고지를 둔 미식 축구팀 시호크스와 프로 농구팀인 포트랜드 트레일블레이저 구단을 소유하고 있으며, 음악에도 관심이 많아 음악박물관인 ‘익스피어리언스 뮤직 프로젝트’나 블루스 음악 분야 사업에도 손을 대고 있다는 점이다. 이밖에 그는 뇌연구에도 투자 포트폴리오의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뉴멕시코 자연사박물관내에 500만달러를 들여 ‘마이크로컴퓨터 역사갤러리‘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그의 지칠 줄 모르는 탐구심과 사업적인 외연 확대는 우주와 공상과학 분야에서 절정을 이루고 있는 듯하다. 공상과학(SF) 박물관 설립에 이어 스페이스십원의 성공은 그가 유년기부터 간직하고 있던 우주에 대한 호기심의 결실이다.

 앨런은 이번 스페이스십원 프로젝트을 통해 일반인이 우주탐험이란 놀라운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길에 한발짝 다가섰다며 전폭적인 지원을 다짐했다. 이번에 그가 소유한 MAV가 버진의 브랜슨에게 라이선스를 부여키로 한 것도 우주여행이란 환상을 실현하겠다는 의지의 구체화된 표현이다.

 그의 탐구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다소 황당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는 외계인의 존재를 증명하는 외계 지적생명체연구협회(SETI)에서 추진중인 ATA(The Allen Telescope Array) 프로젝트에 수천만달러를 지원하고 하고 있다. SETI 연구자들은 드레이크 방정식(매순간 우리가 교신할 수 있는 외계의 지적 생명체가 얼마나 될 것인가를 계산하는 수학공식)에 의거해 오는 2025년쯤 외계인이 보내오는 전파를 수신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는데, ATA는 350여개의 위성안테나와 전파망원경 네트워크를 통해 외계인이 보내는 전파를 수신할 계획이다. 일반인이 들으면 황당한 분야에 투자하고 있는 폴 앨런이란 사람을 보면서 새삼 ‘그’의 무게를 생각하게 된다.

 빌 게이츠와 함께 베이직 프로그램 개발에 몰두했던 프로그래머, 매년 세계 10대 부호 및 자선가 목록에 오르는 사람, 우주와 외계인에 관심을 갖고 있는 몽상가, 다양한 신규 사업에 혜안을 갖고 투자 포트폴리오를 운용하는 벤처 투자자, 그의 진면목은 과연 무엇일까.

 장길수 국제기획부장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