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소재가 국가경쟁력 회복 잣대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지난해보다 11단계나 떨어졌다는 충격적인 소식이다. 전세계 국가 중 지난해 18위에서 올해 29위로 추락했다고 한다. 우리와 이웃하고 있는 대만이 세계 4위, 싱가포르가 7위, 일본이 9위를 기록한 것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1년 사이에 이토록 하락한 데에는 대부분 정부정책이나 정치분야의 후진성에 기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시경제 신뢰지수가 23위에서 35위로, 공공제도 지수가 36위에서 41위로 떨어졌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민간분야의 경쟁력지수는 지난해 수준이나마 유지했다는 점이다. 기업경쟁력지수는 23위에서 24위로 변동이 없었고 R&D 지수도 6위에서 9위로 소폭 하락했을 뿐이다.

 한국에서 공장 1개를 설립하기 위해서는 68가지 규제를 6개월에 걸쳐 통과해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순수 행정처리 비용만 최소 1억5000만원이라고 한다. 국가경쟁력이 추락한 것은 당연한 결과다.

 규제개혁과 행정혁신은 구두선만으로는 안된다. 공염불이 되기 십상이다. 진정 국가경쟁력을 회복을 원한다면 매우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표본사업을 펼쳐야 한다. 소위 국가경쟁력 회복을 위한 벤치마킹 사업이다.

 표본사업으로 가장 유력시되는 분야는 바로 소재산업이다. 국내산업 중 가장 취약하면서도 가장 발전가능성이 높은 분야이기 때문이다. 소재산업은 또한 국가경쟁력의 핵심이기도 하다. 우리가 그토록 자랑하는 반도체나 디스플레이도 소재의 90%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은 소재의 70%를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다.

 때마침 한국에서도 소재산업 열풍이 일고 있다. 내로라하는 중견그룹들이 너도나도 소재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세트, 부품이 발전할수록 소재가 돈이 된다는 인식 때문이다. 당연하고 바람직한 일이다. 고품질·고기술의 소재는 신뢰성 높은 부품을, 또 값비싼 명품을 보장해 줄 수 있다.

 또한 정부도 지난 2001년부터 ‘부품·소재전문기업등의육성에관한특별조치법’까지 만들며 갖은 애정을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주먹구구식 정부의 행정과 기업의 투자패턴에는 별 진전이 없어 보인다. 소재사업에 수조원씩 쏟아붓겠다고 하면서도 정부나 기업이나 올바른 통계나 시장조사조차 제대로 안돼 있다.

 정부 통계를 보면 소재는 어디까지나 부품의 종속물일 뿐인 듯 싶다. 모든 자료에서 부품·소재가 한 덩어리다. 도대체 통계자료의 어디까지가 부품이고 어디서부터 소재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거시경제 신뢰지수 35위, 기업활동 및 전략의 정교화에서 21위를 차지할 만 하다. 또한 수조원이 투자되는 소재산업이 앞으로 얼마나 많은 규제에 시달릴지도 명약관화하다.

 소재산업을 시급히 육성해야 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숙명이다. 그래야 휴대폰, 반도체, 액정디스플레이(LCD) 등에서 뼈 빠지게 벌어온 돈을 고스란히 소재비용으로 내주는 구조적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다. 나아가 모처럼 주도권을 쥔 이들 주력품목의 경쟁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기업활동의 애로사항 순위를 △정책의 불안정성 △비능률적인 관료제 △경직된 노동관계법규 △자금조달 △세제관련법규로 꼽았다.

 이제 막 움돋기 시작한 소재산업을 표본으로 삼아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얼마나 효과적인 정책과 제도와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지 시험해 보자. 과연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을 어떻게 뜯어고쳐야만 하는지 벤치마킹해 보자.

 소재산업이야말로 추락한 국가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지를 시험해 볼 잣대다.

 디지털산업부·유성호부장@전자신문, shy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