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두루넷 해법

 두루넷이 이번엔 정말 팔릴것 같다.무엇보다 매수자로 떠오르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전에 없이 적극적이다. 남주기가 아까워 단순한 입질이 빈번했던 종전과는 분명 다른 행태다.윤창번 사장이 앞장서 대세몰이에 나서온 하나로텔레콤은 그렇다 해도 25일 와이브로 사업권 경쟁 불참을 발표한 데이콤의 행보는 정말 의외다.와이브로사업과 두루넷인수를 맞바꾸겠다는 배수진으로 데이콤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데이콤 쇼크’는 분명 통신시장 구조조정의 신호탄이다.외자유치를 기반으로 한국전력등과 손잡고 두루넷을 인수할 경우 시장에 주는 파급력은 엄청나다.LG그룹 전체의 유무선 결합 시너지가 한층 빛을 발할 것이 분명하다.이는 곧 확고한 통신 3강체제의 새판짜기를 의미한다. 물론 하나로의 두루넷 인수도 그 파장은 적지 않다.일단 KT와 함께 유선 2강으로 급부상이 가능하다.다음순서인 SK와의 관계정립이 새로운 화두가 되겠지만 어찌됐듯 이로인한 유선시장의 구조조정 바람은 불가피해 보인다.

바로 통신시장의 구조조정이 두루넷인수전의 관전포인트인 셈이다.이를 배제하고 종전처럼 개별 업체간 이해득실 차원에서 보면 또다시 답이 안나올 가능성이 많다.그럴경우 어디는 이래서 안되고 어디로 가면 누가 이익을 봐서 안되고 하는식의 뒷다리 잡기 논리가 판칠 우려가 높다.이 보다는 투자활성화를 가져올 시장 구조조정의 잣대에서 봐야 마땅하다.더이상 통신업체들의 구조조정을 미뤄서는 신규투자는 고사하고 업체간 출혈경쟁만 판치는 악순환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심하게 말하면 130만명의 두루넷 가입자를 몰아줘 불필요한 과당경쟁을 해소하고 투자분위기가 산다면 흑묘백묘라는 얘기다.

물론 기본전제는 있다.우선 강조한대로 두루넷 매각에 따른 구조조정이 ▲과다한 구조조정 비용없이 전체 통신시장에서 원활한 경쟁관계를 구축해 시장확대를 가져와야 한다는 것이고 ▲매각이후 온세통신, 엔터프라이즈, 한솔아이그로브 등의 정리를 포함한 통신판 전체의 구조조정의 방향성까지 보여줘야 하며 ▲ 가능하면 유무선의 강자인 KT나 SK텔레콤의 독점력이 더 강화돼는 결과를 낳지 않아야 한다는 것 등이다.

이 문제는 결국 KT와 SK텔레콤이 독주하는 현 통신시장의 구조를 유효경쟁체제로 어떻게 바꾸느냐와 이어진다. KT와 SKT를 견제할 수 있는 제3의 세력을 누구로 가져갈 것이냐로 집약되는 것이다.결국 두루넷매각 관전포인트의 또하나는 정부의 의지다.이는 물론 대놓고 드러날수 있는 성격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볼때 정통부의 기대는 크다.사실상 실패한 정부의 유효경쟁체제가 이번 두루넷 매각을 계기로 다시금 불씨를 짚힐수 있다는 게 정통부의 생각이다.여론도 전에 없이 통신시장의 건전한 새판짜기를 강조하는 국면이라 가능성은 그어느 때보다 높다는 판단이다.따라서 이번 만큼은 단순히 인수가격 등 자본의 논리가 아니라 두루넷이 처리됨으로서 통신시장의 시너지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유도하자는 쪽에 힘이 실고 있다.

현재로선 하나로가 두루넷을 인수하고 이후 무선사업에 대한 비전을 확보함으로써 제3의 세력이 될지, 아니면 데이콤이 그룹과 외자로부터 자금을 유치해 두루넷을 인수하고 와이브로 사업권(MVNO)까지 확보해 제3의 세력이 될지는 섣불리 점칠수 없다.또 양자가 모두 불가하면 결국은 KT와 SKT위주의 통신시장을 2강 구조로 정리하는 방안도 고개를 들고 있다.투자활성화를 통한 후방산업 육성을 위해서라면 어쩔수 없다는 입장이다.최선은 아니지만 그 어느것도 지금처럼 구조조정을 방치해 통신시장 전체의 활력을 떨어뜨리는것보다는 낫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