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넷을 놓고 데이콤과 하나로텔레콤이 또 다시 격돌한다. 지난 해 8월 이후 1년 2개월 만이다.
지난 해에는 두 회사 모두 두루넷의 예상가에 못 미쳐 유찰되고 말았다. 이번에는 다르다.
두 회사 모두 강력한 인수 의지를 밝혔으며 무엇보다 실패시 다가올 퇴출 위기가 두렵다.
두루넷 인수는 2년여 지연된 유선시장 구조조정을 사실상 매듭짓는 것이며 통신시장 재편의 신호탄이다. 두루넷 인수전을 중심으로 유선시장 구조조정의 향방을 4회에 걸쳐 점쳐본다.
(1)두루넷 인수전, 구조조정 신호탄
데이콤은 지난 25일 강력한 두루넷 인수의지를 천명했다. 외자유치를 성사시켜 인수하거나 실패할 경우 자회사인 파워콤을 통해 합병하겠다는 방법도 내놓았다. 2.3GHz 주파수 대역의 휴대인터넷 와이브로 사업권까지 포기하겠다는 배수진을 쳤다.
“지금까지 주춤거린 데이콤의 모습과는 다를 것이다.” 이용화 데이콤 상무의 다짐이다. LG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은 아니더라도 자체적인 해결방안을 찾겠다는 전략의 변화와 함께 두루넷이 아니면 유선시장에서 영원히 밀려난다는 위기의식이 엿보인다.
하나로텔레콤도 달라졌다. 5억달러의 외자유치에 성공하면서 투자여력에서 지난해와 완연히 다르다. 외자 측도 하나로 투자시점부터 기업가치 제고 측면에서 두루넷 인수를 목표로 설정해 놓아 전폭적인 지지가 예상된다. 하나로는 우연찮게 데이콤이 두루넷 인수에 올인을 선언한 날 두루넷 직원의 고용승계까지 약속하면서 8000억∼9000억원의 자금력을 동원해 두루넷 인수와 와이브로 사업권 모두를 가져가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 오규석 전무는 “두루넷과 와이브로 모두 가져올 수 있다. 지난 해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두루넷은 129만명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를 확보했다. 하나로가 확보하면 KT를 견제할 만한 34%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한다. 매출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하나로가 없으면 유선시장의 경쟁활성화가 어려워진다는 정책 논리까지 기업가치를 높여주게 된다. 외자의 엑시트 전략에 유리한 것도 사실.
데이콤은 두루넷을 인수하지 못하면 유선시장의 한 축에서 밀려난다. 소매시장에 직접 진출하려면 가입자 한 명 당 30만∼40만원의 비용을 들여야 하는 것은 물론 과열경쟁을 감수해야 한다. 두루넷이 유선시장의 구조조정 완료와 새로운 경쟁국면 유도를 상징한다는 점에서도 놓치기 어려운 존재다.
통신업계에선 두루넷 매각이 완료되면 유선시장의 경쟁이 제자리를 잡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 향방에 따라 온세통신, 엔터프라이즈네트웍스, 한솔아이글로브 등 후발유선사업자군도 정리될 전망이다. KT 관계자는 “두루넷과 함께 유선통신사업자군이 정리돼야 SO, 하나로, 데이콤, 후발ISP 등 복잡한 경쟁구도를 가진 유선시장의 경쟁국면이 3자(KT-후발유선-SO)체제로 정리되면서 IPTV, 트리플플레이서비스(TPS) 등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장환경을 만들 수 있다”며 “이런 면에서 두루넷 매각은 유선시장 구조조정의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두 사업자의 적극적인 의지와 함께, 정통부의 정책적 역할도 두루넷 정리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정통부는 두루넷 매각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없지만 통신시장 구조조정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통해 시장을 유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정통부 한 고위관계자는 “통신시장의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IT산업의 가치사슬이 선순환구조를 되찾을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유선시장은 물론 통신시장의 유효경쟁체제를 만드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T와 SK텔레콤도 두루넷 매각이 통신시장 전반에 미칠 영향에 대한 손익분석을 면밀히 하면서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한 전문가는 “두루넷 인수를 통해 또 다른 부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절한 경쟁을 유지하는 선에서 가격을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매각 결과에 따라 시장경쟁구도의 변화와 구조조정 완료에 이르기까지의 사회적 비용이 크게 차이나는 만큼 가장 효율적인 절차와 결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