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SK텔레콤은 이해득실을 따지면서 두루넷의 향방을 예의 주시했다. KT와 SK텔레콤이 유무선통합시장을 놓고 벌이는 경쟁 구도에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시선을 두루넷에 두면서도 방어자세는 KT, SK텔레콤 서로에게 두고 있다.
KT 입장에선 데이콤이 두루넷을 가져가는 게 내심 신경쓰인다. 데이콤이 밝힌대로 두루넷을 인수한 뒤 백본망과 가입자망에 130만 가입자를 더한 ‘데이콤-파워콤-두루넷’의 시너지 효과가 본격적으로 발생한다면 유선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기 때문이다. ‘KT-하나로텔레콤-종합유선방송사업자(SO)-LG유선’의 경쟁 구도가 되면 수익성 확보에 곤란해진다.
특히 데이콤이 파워콤의 소매시장 진출 추진을 선언하면서 KT를 견제할 만한 유선사업군의 등장을 예고했다. SKT-하나로의 연대가 더 공고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하나로가 가져가는 것도 KT를 견제할 만한 세력의 등장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하지만 2개 유선사업자의 경쟁은 아무래도 서로의 이익을 보전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데이콤-파워콤의 다음 수순이 변수로 남아있지만 결국 홈네트워킹 등 초고속 계열 시장의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됐다.
어쨌든 KT로서 최선의 결과는 두루넷 인수전이 과열돼 인수한 쪽이 상처를 입거나 두루넷이 생각보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모양새가 되는 것 뿐이다. KT 관계자는 “두루넷 인수과정에서 반영될 유무선통신 영역조정과 이후 전개 방향을 예의주시한다”라며 “아직까지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유선확보 전략에 단기적, 중장기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와이브로 등 유무선 통합시장의 도래 국면을 SK텔레콤이 유리하게 끌고갈 대안을 찾느라 고심이다. KT와 달리 SK텔레콤 입장에선 데이콤이 가져가는게 유리한 것으로 보인다. 유선을 빌려 써야 하는 SK텔레콤으로선 2개 유선사업자간 경쟁보다는 3개 사업자의 경쟁이 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밀가루 장수가 많을수록 빵장수한테 유리한 격이다. 직접 유선을 확보한다고 해도 어느 한 쪽으로 힘이 쏠리는 것보다 팽팽한 긴장 관계에 있는 게 구매자로서는 유리한 구도다. 하나로가 KT를 견제할 입지를 다진 뒤 양측을 저울질하는 칼자루를 쥐면 피곤한 일이다.
시장의 예상대로 외자 지분을 전략적으로 인수한다고 해도 끌려가는 모양새가 된다. 데이콤의 독자적인 두루넷 인수가 곧바로 LG의 3강 입지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도 부담을 줄이는 요소다. 시장지배적 사업자로서 강력한 규제에 흔들린 올해의 경험에 비춰 유무선 통신시장에 3위 사업자의 존재가 유리하다는 판단도 이미 내려졌다. SK텔레콤 관계자는 “KT와의 경쟁구도를 놓고 여러 시나리오를 분석중”이라며 “아무래도 유선시장에서 경쟁구도가 계속 지속되는 쪽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이라고 전했다.
KT나 SK텔레콤 모두 두루넷 처리에 직접 관여할 상황은 아니지만 KT는 하나로를, SK텔레콤은 데이콤을 응원하는 형국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