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중견SI업계에 거는 기대

 우리나라 IT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시스템통합(SI)산업에서 대형 SI기업과 솔루션공급업체 간 구조적인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이는 속칭 갑과 을로 대표되는 건설시장의 하도급에 비유될 정도다. 최근 관계 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벤처기업 활성화 간담회에서도 벤처기업들의 성토대상이 주로 대형 SI기업과 대형통신서비스업체라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우리나라 SI산업을 둘러싼 환경은 크게 개선이 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먹이사슬 구조가 관행처럼 남아 있다. 규모가 큰 프로젝트의 경우 대부분 대형 SI기업이 주계약자가 된다. 따라서 자신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납품하기 위해서는 대형 SI기업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 대형 SI기업을 외면한다면 공공기관이나 대형사이트에 자신의 제품을 납품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SI시장이 대형업체 위주로 형성되고 있는 데는 발주자, 이른바 수요자의 책임이 크다. 프로젝트 발주자 스스로 규모가 작은 기업보다는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대형업체들과 계약을 맺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지연이나 중단 또는 품질저하 등의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이유로 꼽는다. SI수요가 일부 대형기업에 몰리면서 발생되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프로젝트 규모에 따라 대기업들의 참여를 제한하는 법률을 만든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 출발한다. 결국 SI산업과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대형기업들이 과점하고 있는 시장구조를 개편하는 것이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현재 SI시장에는 대형SI기업 외에 많은 중견기업이 그룹 계열사를 배경으로 SI사업을 벌이고 있다. 대상정보기술, CJ시스템즈, 동부정보기술, 동양정보시스템즈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은 외형상 매출이 1000억원을 넘나들고 있으며 수익률 또한 3%대 전후의 건실한 경영을 하고 있다.

 물론 이들 중견기업의 매출 대부분이 그룹내 계열사들의 시스템관리에서 올렸다며 평가절하하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수년째 그룹 계열사의 시스템관리를 담당하면서 특정분야에서 쌓아놓은 기술과 노하우는 결코 대형 SI기업 못지않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SI중견기업은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대외사업 수주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엄청난 그룹 계열사 수요를 발판으로 그룹 외부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는 대형기업과 이들 중견기업과의 경쟁은 말 그대로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일 수밖에 없다. 가격공세나 대형 프로젝트 수주 경험 등에서 중견기업은 대형 SI업체에 비해 불리한 위치에 서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SI산업의 과점구조를 깨기 위해서는 이들 중견기업의 특화된 분야의 노하우를 살리는 게 관건이다. 식·음료분야나 유통분야, 증권분야, 방송분야 등 중견기업들이 확보하고 있는 특화된 분야의 노하우나 경험, 기술 등은 백화점식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대형기업에 비해 충분히 우위에 설 수 있다. 이들 중견SI기업의 전문성이 수요자에게 제대로 평가받는다면 현재의 왜곡된 SI시장구조가 크게 개선될 것임은 틀림없다.

 앞으로 중견 SI기업의 발걸음은 그룹 바깥쪽으로 빨라질 것이 분명하다. 다만 이들 중견기업이 과거 대형 SI기업이 보여준 것처럼 덩치만 키우는 식의 사업확대에 나선다면 오히려 SI시장의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는 역할을 하게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양승욱 컴퓨터산업부장@전자신문, swy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