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면 분명히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복제기술은 수많은 이에게 희망을 줄 것이다. 그때쯤이면 사고로 하체가 마비된 환자는 회복돼서 “그 슈퍼맨(크리스토퍼 리브)이 조금만 더 살아 있었더라면!” 하고 말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황 교수의 업적은 분명히 올해 과학계 최대 성과 중 하나다.
하지만 우리가 바이오기술과 함께 지금껏 영위해 온 산업계의 추세인 ‘보다 작게’ ‘보다 빠르게’ ‘보다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술에 대해 얼마나 눈을 돌리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자. 전적으로 부정할 수는 없지만 아무래도 10년 후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달성하기 위해선 바이오 기술만으로는 역부족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노기술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 역시 줄기세포 복제기술로 대표되는 바이오기술 수준으로 올라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나노기술 연구는 쉽게 말해 바이러스(10㎚)는 물론 단백질이나 DNA(1㎚) 크기의 분자까지 조작해 물성을 바꾸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존 통신장비 한계인 40기가급 광전송 속도를 극복할 수 있으며 미소반도체를 제작함으로써 초절전반도체를 이용한 초절전 전자제품도 내놓게 되리란 전망이다. 경쟁력 있는 소형 휴대형 전자제품을 줄줄이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의미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우리 과학계는 그 나노기술을 상업화할 수 있는 다양한 성과를 내놓고 있는 듯하다. 지난 한 달 동안에 발표된 내용만 보더라도 △세계 최초의 탄소나노튜브 상온합성기술 △원자 단위로 금속·산화물 나노튜브 두께를 조절할 수 있는 기술 △균일한 나노입자의 대량 생산기술 등이 국내에서 나왔다.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자상 수상자들의 성과도 LED·소재 등 나노기술 분야에서 나왔다.
문제는 이러한 노력과 성과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최근 정부가 발표를 앞두고 있는 나노지도만 하더라도 나름대로 성과를 얻기는 했지만 기술 개발자들이 방향타로 삼을 나침반이라고 하기에는 미진한 수준으로 보인다.
일례로 개인 출판사에서 나온 자료보다도 때늦은 데이터를 인용하고, 작성 기준도 분야별로 다르다. 국가 사업으로 펼친 결과라고 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감이 있다.
나노지도는 지난 2002년 12월 26일 공포된 나노기술개발촉진법과 나노기술개발촉진법시행령에 따라 나온 것인데 1년여 동안의 성과로 보기엔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느낌을 준다.
최근 삼성전자가 메모리 세계 1위를 기록하며 반도체 창업 30년을 과시했지만 그 미래가 나노기술에 달려 있음을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1947년 스탠퍼드의 괴짜 천재 과학자 쇼클리가 발견한 트랜지스터 중 메모리반도체 기술은 인텔과 일본 기업들을 거쳐 이제 우리나라 삼성전자가 주도권을 잡고 있다. 하지만 그 이상 나아가기 위해 확보해야 할 기술이 무엇인지는 분명하다.
과학자들이 그 기술을 잇달아 개발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에 만족하고 주먹구구식으로 미래를 준비하기에는 3% 경제성장 전망이 보여주듯 우리 현실이 너무 절박하다.
최소한 나노기술지도는 우리 과학자들의 정확한 기술성과 선진국과 기술 수준 격차, 기술 응용 범위 등이 통일된 기준에 따라 정확하게 기술돼야 진정한 나침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노의 산업화를 위해 정부는 잇단 나노기술 성과라는, ‘서 말이나 되는 구슬’부터 잘 꿰야 한다.
이재구 경제과학부장 jklee@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