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올해는 출발부터 좀 다르다. 희망이 읽힌다. 참여정부의 입에서 ‘경기부양’이라는 말이 처음 나왔다. 가시적인 조치도 나왔다. 올 예산의 70%를 상반기에 쏟아 붓겠다고 밝혔다. 무려 130조원 규모다. 그것도 1분기에만 전체 예산의 40% 이상을 투입, 경기를 조기에 부양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했다. 이럴 경우 IT관련예산도 1분기에 거의 절반 이상이 집행될 전망이다.

 “정말 환영할 만하다. 우리가 헤맨 2년 동안 우리 주변 국가 대부분이 호황을 누렸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외부 환경보다는 우리 내부의 전략이나 정책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가 노선을 바꾼 만큼 IT엔진을 돌려 새로운 성장동력을 빨리 찾아야 한다.”(통신장비업체 P사장)

 이번 발표로 국가 CEO의 메시지는 전달된 듯싶다. 정부의 마인드 변화로 경기회생을 위한 ‘필요조건’은 충족된 셈이다. 이제 ‘충분조건’도 해결해야 한다. 기업들 스스로 시장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그것이다. 경기회생의 실체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시장창출 없는 경기회생은 분명 구두선이다. 시장이 움직여야 경기도 움직인다. 시장이 살아야 국가경제도 산다. 그러려면 활력 넘치는 신규시장(산업)이 여기저기서 넘쳐나야 한다. 그곳으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모여들고 그곳에서 신규투자와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는 선순환의 고리를 이뤄야 한다.”(통신서비스업체 Y사장)

 이를 위해선 현 컨버전스(복·융합)시대의 흐름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정책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앞으로 신규시장은 단일 제품, 단일산업에서 나오기 힘들다. 기기 간, 산업 간 복·융합 현상은 갈수록 빨라진다. 방송이 통신을 하고 통신이 방송을 한다. 휴대폰으로 결제하고 유선과 무선의 경계도 점점 엷어진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들이 이를 원하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시장의 힘이다. 시장의 힘 앞에선 IPTV와 DMB가 통신이냐, 방송이냐 식의 구분은 무의미하다. 그 같은 구분은 규제권을 가진 이들에게만 의미를 갖는다.

 시장의 힘을 인위적으로 막으려 할 때 선순환의 고리는 끊어진다. 투자가 막히고 수요는 침체된다. 우린 지난 2년간 충분히 경험했다. 재경, 정통, 문화, 산자부가 시장의 패러다임을 읽지 못한 채 제각각 자기영역만을 고집할 때 규제리스크는 모든 것에 우선한다. 그곳에선 시장이나 소비자가 목소리를 낼 만한 공간이 없다.

 이렇게 되면 기업은 해당 부처의 눈치를 보고 투자는 멈춘다. 선도투자에 따른 시장의 리스크도 감당하기 어려운 판에 규제리스크까지 감수하라는 것은 해도 너무한 처사다. 이로 인해 잃어버린 기회손실 비용 또한 엄청나다. 디지털TV가 그랬고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도 그 형국이다. 여기엔 국제경쟁력을 위한 타임투마켓의 개념도 없다. 영역 보호를 위한 주도권 싸움만이 있을 뿐이다.

 올해는 정말 달라져야 한다. 국가 CEO가 앞장서 경제를 살려보자고 한 마당이다. 어쭙잖은 관념으로 시장을 재단해서도 안 되고 더 좌고우면해서도 안 된다. 오직 시장 창출에만 최우선 목표를 둬야 한다. 또 기업들이 시장창출을 위해서 위험을 감수했으면 그만한 가치를 주도록 하자. 그 대상이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역차별하지 말자. 어차피 시장을 만드는 힘은 대기업이 갖고 있다. 창출된 시장에서 중소기업들이 활발하게 뛰어놀고 과실을 딸 수 있도록 협업모델만 만들면 된다. 벤처기업이 대기업을 대체할 수 있다는 허상이 또 다시 끼어들어서도 안 된다.

 올해도 디지털 역동성이 넘치는 신규시장을 만들지 못하고 헤맨다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경기를 회생시키겠다는 대통령의 말이 또 다시 허언(虛言)이 돼서는 안 된다.

 김경묵 부국장@전자신문, km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