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기술자들이여!,한국을 떠나라

 “기술자들이여! 일본을 떠나라.”

 자신이 다니던 니치아화학을 상대로 청색 발광다이오드(LED) 발명 소송을 제기했던 나카무라 슈지 미국 캘리포니아 샌타바버라대 교수가 도쿄고등법원의 화해안을 수용하면서 불쑥 내뱉은 말이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일본 사회가 과학자나 기술자를 우대하고 있는지, 아니면 일개 샐러리맨으로 간주하고 있는지 성찰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청색 LED 개발자인 그는 이번 소송 결과 니치아화학 측에 직무 발명에 관한 제반 권리를 넘겨주는 대신 6억800만엔을 발명 대가(지체손해금 2억3000만엔 별도)로 받게 됐다. 1심 법원인 도쿄지방법원이 나카무라 교수의 발명 대가로 600억엔을 산정하고 청구금액인 200억엔을 보상하라고 판결한 것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금액이다.

 도쿄고등법원의 화해안은 나카무라 교수가 직무중 개발한 특허기술에 대한 개인 공헌도를 5%만 인정한 것이다. 개인 공헌도보다는 청색 LED 등 제품 개발 과정에서 회사 측이 감수해야 했던 리스크를 더 중시했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판단이다.

 이번 화해 성립에 대해 산업계는 비교적 안도하는 모습이지만 여론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청색 LED라는 대발명의 대가가 고작 프로야구 선수 연봉 수준밖에 안 되느냐” “앞으로 이공계 기피 현상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개발자들의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등등 부정적 여론이 많다.

 이번 화해 금액은 그간 법원이 몇몇 소송에서 내린 판결 금액과 비교해도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히타치제작소 직원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광디스크 관련 소송에서 법원은 개발자에게 이익의 20%를 대가로 제공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굳이 법원 판결이 아니더라도 최근에는 이익의 5∼10%를 발명 대가로 제공하는 게 일본 산업계의 경향인 모양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소송 당사자인 나카무라 교수의 반응이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화해안은 직장인에게 수입 상한선을 정해 놓고 그 범위에서 오로지 기업을 위해 일하라는 것과 다름없는 전근대적인 발상”이라며 볼멘소리를 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진정 기술자가 되고 싶으면 ‘실력’을 제대로 평가해 주는 미국으로 떠나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이번 청색 LED 소송은 법원의 화해안을 양측이 받아들이면서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됐다. 뒷말이 무성하지만 이번 사건은 일본 산업계에는 소중한 교훈을 남겼다. 특히 이공계 기피 현상으로 골치를 앓고 있는 일본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다.

 이미 대처 방안들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합리적인 사내 발명 보장(報奬) 규정의 제정 등을 골자로 개정 특허법을 올 4월 시행키로 했으며, 합리적인 발명 보장체제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업계에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IBM에 이어 미국 특허등록건수 2위 업체(2003년 기준)인 히타치제작소는 최근 발명보장위원회 설치 운용, 사내 발명자의 보수산정 방법 공개, 보장 상위자의 사내 공표 등을 골자로 발명보장제를 새로 발표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타 업체에 확산될 것이란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번 청색 LED 소송 사건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앞으로 기술 개발 경쟁이 뜨거울수록 기업들의 개발자·과학자 유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결국 사내 발명체제가 제대로 확립되지 않는다면 개발자와 회사 간 분쟁이 끊임없이 생기고 급기야 개발자의 회사 이탈 또는 기술 유출 사태가 속출할 것이다.

 “기술자들이여! 한국을 떠나라”라는 독설이 나오지 않도록 기술 개발 보상체제를 더 투명하게 그리고 합리적으로 정비하는 게 시급한 것도 바로 이 같은 이유에서다.

  장길수기자@전자신문, ks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