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통·방융합의 해법

 “통·방융합서비스 정책의 근본적인 문제는 방송과 통신을 구분해 규제하는 우리 정책 현실탓이 크다. 통·방융합서비스를 방송과 통신으로 구분하는 것조차 이제는 의미가 없는데, 정통부와 방송위가 구분된 이상 치고받고 싸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규제기관만 통합된다면 방송과 통신의 구분이 아니라 네트워크와 콘텐츠의 구분으로 규제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할 것이다.”

 “아직 제대로 실시도 되지 않은 서비스를 법으로 먼저 묶어 놓는 것은 오히려 산업 활성화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통합법이나 통합기구는 산업의 흐름에 따라 천천히 가는 것이 나을 것이다.”

 통·방융합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곳이 한둘이 아니다. 방송위와 정통부는 물론 이 문제 해결을 대선 공약으로 걸었던 청와대도 부담되기는 마찬가지다. 통·방융합문제 해결을 위해 조정·추진할 통·방위원회 기구 신설을 내세워지만 갈수록 행방이 묘연하다. DMB, IPTV 등의 신규서비스를 준비중인 사업자들도 그들대로 지쳤다. 어느 쪽으로 줄을 서야 될지 몰라 여기저기 눈치를 본 탓이다.

 주무부처들도 산업 논리와 명분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마땅한 해법이 없어서다. 규제의 룰이 서로 다르다 보니 통·방의 한 틀에서 재단돼야 할 문제들이 풀리지 않는 것이다.

 수순도 안 맞는다. 일단 산업을 일구고 소비자 피해를 포함한 후유증의 최소화를 연구해야 하는데 현재 국면은 전혀 아니다. 형평성, 공익성 등의 각종 명분을 앞세워 아예 시작도 못하고 뻔한 기회손실비용을 물고 있다.

 현 경기침체를 타개할 차세대 성장동력인 신규서비스의 부재로 국내 IT시장이 한계상황에 직면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는 형국이다.

 통·방융합의 기술이 부족하거나 하려는 업체가 없다면 모르겠다. 첨단기술로 하루라도 빨리 타임투마켓 전략으로 세계시장을 선점해 보겠다는 업체의 노력에 각종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면 정말 답답한 노릇이다.

 그 규제마저도 일관성이 없다. 주장했던 형평성도 없다. 지상파DMB 유료화문제가 그랬고 케이블TV와 IPTV 문제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지상파DMB의 경우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서 부분 유료화 형식을 빌린다면 위성DMB도 지상파재송신의 발목을 잡지 말아야 한다. IPTV도 방송이냐 통신이냐로 구분하는 것보다 기존 사업자(SO)와 비차별적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어차피 IPTV를 강하게 규제할 수 없다면 산업활성화를 위해 SO의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 마땅하다.

 뉴미디어산업을 육성한다고 하면서도 기존 올드미디어(특히 지상파TV)의 기득권 유지에만 골몰하는 모습도 정책의지를 의심케 한다. 공익의 개념이 모호한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방송정책의 근간을 이뤄 산업 논리와의 충돌이 다반사다. 유료방송의 패러다임이 대세를 이루는 마당이다. 시대에 맞게 방송의 공익개념도 재정립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공익과 산업논리의 이분법만 있다면 통·방융합의 해법은 찾기 힘들다. 그저 All or Nothing식의 첨예한 이해관계에 휘둘리는 상황만 존재할 뿐이다. 그럴 경우 정책 논의 허용, 불가 등 극단의 선택밖에 없다. 거긴엔 시장이나 시청자(소비자)의 공간은 없다. 모든 결정은 시장에서 내려져야 하는 데도 말이다. 꼬일 대로 꼬여 있는 지금의 상황을 타개하는 일은 무엇보다 시장부터 만들아 주는 것이다. 규제를 강하게 하기보다는 최소한의 규제를 어겼을 경우 사후 처벌을 강하게 하는 정책의 발상 전환만이 유일한 대안이다.

무대는 룰을 위해서가 아니고 게임을 위해 존해하는 것이다.

  김경묵부국장@전자신문, km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