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저작권과 문화산업 사이

지난달 발효된 새 저작권법의 핵심은 온라인(인터넷) 전송권의 명문화다. 전송권은 기존의 복제권과 함께 디지털시대 저작권법의 양대 개념으로 통한다. 이제 우리 저작권법도 인터넷 환경에 부응할 수 있는 모양새를 갖추게 된 셈이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새 법은 당국이 저작권 강화를 통한 문화산업 활성화에 집착한 나머지 저작권자의 경제적 이익 보호에만 치우쳤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게다가 이 권익이란 게 소비자(네티즌)의 입지 축소를 담보로 한다는 점에서 ‘법 재개정 요구’라는 강한 반발에 직면해 있기도 하다.

 물론 일부에서는 새 법이 인터넷에 만연돼 있던 ‘펌질’에 대해 단시일 내 철퇴를 가한 것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클릭 몇 번에 2만원짜리 CD 한 장이 그대로 복제·전송되고, 개봉도 안 된 영화를 초연하게 볼 수 있는 게 펌질이다. 음반 사업자들은 이 때문에 10장의 CD를 찍어내고도 고작 1장 정도의 원금 회수만 가능하다고 하소연해 왔다.

 실제로 새 법 발효 한 달 만에 남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올려 놓은 수십만 사이트가 자진 폐쇄했고, 문제가 될 법한 콘텐츠를 스스로 삭제한 불로그나 미니홈피도 100만개가 넘는다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새 법이 당국이나 저작권자 의도대로 문화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단기적으로는 그럴 수도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절대 아니라는 점이다.

 ‘펌질’은 과거 저작환경에서는 분명 공짜라는 인식이 깔린 공개된 ‘도둑질’이었다. 그러나 인터넷시대에서는 문화 확산에 가장 효과적인 행동 양식으로 평가된다. 이런 흐름을 대변하고 있는 게 블로그나 미니홈피와 같은 개인화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급부상이다.

 배타적 복제권이 오늘날에도 그대로 인정돼야 하는지도 의심해 볼 사항이다. 복제권을 무시하자는 게 아니다. 인터넷 시대에는 저작물 매체가 인쇄물이나 CD였을 때처럼 일일이 저작권료를 챙기는 것은 불가능할 뿐더러 그럴 필요도 없다.

 예컨대 음반사업자들은 인터넷이 음반시장 규모를 10분의 1로 축소시켰다고 주장하지만 전체 음악산업 규모는 오히려 10배로 키우는 결과를 가져 왔다. 다만 그 수익이 이동통신사나 MP3플레이어 회사 등으로 분산돼 제대로 파악되지 않을 뿐이다. 쇠락하던 애플이 음반이 아닌 음악사업을 통해 대박을 맞은 것은 좋은 예다.

 이동통신사들과 포털, 휴대폰과 정보기기 회사들이 사세를 걸고 뛰어들고 있는 게 오늘날의 음악시장이다. 음원을 가진 저작권자나 권리자가 상대해야 할 곳은 이제 애플이나 SK텔레콤과 같은 기업들이다.

 새 법이 쉽고 만만한 상대인 네티즌 규제용으로밖에 비쳐지지 않는다는 것은 이런 까닭에서다. 수익원 발굴 대상을 산업 전체가 아닌, 네티즌의 도덕성에서만 찾으려는 구태성이 너무 명백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나아가 규제 중심의 법적 발상은 벅스나 소리바다와 같은 기업형 사이트에 국한돼야지 불특정 다수의 개인에게까지 적용하는 것은 오히려 산업을 퇴행시킬 뿐이라고 지적한다.

 인터넷을 가능케 하는 두 개념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저작권의 양 축과 똑같은 ‘복제’와 ‘전송’이다. 현실적으로 ‘복제’와 ‘전송’이 불가능하다면 인터넷으로서 기능은 상실되고 만다. 하지만 지금 저작권자나 당국은 인터넷을 통해 문화산업 활성화를 꾀하면서도 온전한 인터넷의 기능을 거부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당국이 현재 이번 개정법과는 별도로 저작권법의 전면 개정을 추진중이라는 사실이다. 올 상반기에 마무리지을 전면 개정법에서는 디지털 시대에 부합한다는 당초 취지를 충분히 살려 문화산업의 특성을 좀 더 근본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코드의 창출을 기대해 본다. <서현진 디지털문화부장 j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