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산자·정통부의 인사 실험

 24일 IT업계에 작은 화제가 될 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유영환 전 정보통신부 정책국장이 동원증권 부사장으로 영입됐다. 그는 경제기획원, 정통부, 산업자원부 등 주요 경제부처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두뇌 회전이 빠르고 판단력과 대인 친화력도 탁월해 관료로서도 성공할 인물로 꼽혔었다. 그런 만큼 새로운 도전에도 빛나는 성과가 기대된다. 정부 고위 관료가 민간기업 경영진으로 변신하는 것은 이제 뉴스 거리도 안 된다. 과거 정통부나 산자부 출신의 관료들에게도 비슷한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일은 묘하게도 참여 정부의 ‘인사 실험’과 오버랩된다. 무엇이든 따지고 파고드는 직업적 속성이 아니더라도 한번쯤 정부의 인사 문제를 되돌아보게 하는 것이다.

 현 정부가 관료사회의 개혁을 내걸고 조치에 나선 것 중 인상적 사건은 뭐니뭐니 해도 국장급 교류였다. 부처 밥그릇 챙기기에만 골몰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이다. 경쟁 혹은 이해가 엇갈리는 부처의 국장급 간부를 맞교대했다. 1년 남짓 상대방 부처에 근무하며 발상을 전환하고 시야를 넓히라는 의미가 컸다. 이들은 다시 본래 부처로 되돌아와 새로운 시각과 자세로 정책을 다듬어야 했다. 정책보다는 정서적 불편함으로 대립했던 산자부와 정통부도 이에 포함됐다. 양 부처는 정책국장을 맞바꿨다. 본부 국장 가운데 선임 대접을 받는 자리이자 정책의 핵심 요직이란 점이 고려됐다.

 국장 맞교대는 처음부터 우려가 많았다. 명분과 목표가 아무리 압도적이어도 해당되는 사람은 신상의 불안감을 떠안게 된다. 배타적 조직에서 아예 눌러 앉는 것도 아니고 시한부 보직으로 소신있는 정책이 가능하겠느냐는 의문도 따라다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도는 시행됐다. 얼마 전에는 2차 교류까지 이어졌다. 유 전 국장은 그 첫 케이스였다. 산자부에서는 최준영 국장이었다. 이들은 안팎의 우려를 씻고 ‘무사히(?)’ 파견 근무를 마치고 원대 복귀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물론 명시적 합의는 없었다. 주변에서는 돌아온 사람들에게는 약간의 인사상 배려가 있을 것이라는 암묵적 동의가 있었다. 사리를 따져도 그렇다. 상대방 부처에서 경험한 노하우를 통해 공직사회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려 해도 보직관리는 필수다. 그런 점에서 산자부와 정통부의 1차 국장 맞바꾸기는 지금까지는 ‘결과적 실패’로 나타났다. 한 사람은 관료생활을 접었다. 다른 사람은 본부 국실장이 아닌 특위로 이동했다. 인사 수요 탓에 적절한 보직이 부족할 수도 있다. 본인들의 의지일 수도 있다. 그래도 표면적으로는 진급은커녕 과거 보직보다 처지는 일을 맡는다면 모양새가 우습다. 정통부는 유능한 관료 한 명을 잃었다. 산자부는 계산서가 조금 복잡하다.

 6개월에서 1년이 멀다하고 단행되는 국과장급 인사도 업계의 단골 지적사항이다. 국과장이 한꺼번에 교체되는 일이 잦으면 기업인들은 피곤하다. 특히 정통부의 모 과는 과장이 하도 자주 바뀌어 기업인들은 혀를 내두른다. 산자부도 올해 초 단행한 인사가 심지어 정보지에 해설이 등장할 정도였다. 여기에 비례해 애로사항 해결은커녕 업계 요구를 반영하는 정책의 연속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안정감과 지속 가능성에도 무게를 둬 달라는 것이다.

 정부 방침은 ‘인사 요인이 발생하면 한다’는 것이다. 옳지만 운영의 묘가 요구된다. 수시로 인사가 이루어지면 공무원들은 언제 일하나. 새로운 자리에서 업무 파악하고 뭔가 해볼 만하면 곧바로 인사에 온 신경을 쏟아야 한다면 문제다. 국장급 교류도 마찬가지다. 제대로 정착시키려면 인사 원칙부터 세워져야 한다. 마침 참여정부도 3년째에 접어든다.

 이택 편집국부국장 ety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