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그리다 만 `클러스터`

 지난 18일 산업단지공단은 서울 구로구 소재 KIKOX 빌딩에서 생산기능 중심으로 운영되던 산업단지를 세계적인 혁신클러스터로 육성하자는 상징적 행사를 가졌다. 국회부의장을 비롯한 국회의원들과 산업자원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 행사의 명칭은 ‘산업단지 혁신클러스터 선포식’이었다. 이를 통해 산단공은 전국 7개 도시에 대한 기능혁신과 구상을 펼쳤다.

 클러스터는 궁극적으로 연구개발 기능의 대학·연구소, 생산 기능의 대기업 및 중소기업, 각종 지원 기관과 벤처캐피털·컨설턴트 등이 생태계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시너지를 얻자는 개념이다. 혁신클러스터 선포 역시 70년대의 하드웨어·노동집약적 생산이 고부가가치·지식집약적 생산 패러다임으로 바뀐 데 따라 체질 변화를 시도해 보자는 제스처라 할 수 있다.

 이번에 산단공이 발표한 혁신클러스터 대상 지역인 구미·창원·울산·광주·군산·시화·원주 등 전국 7개 도시의 특징은 대략 세 가지다. 무엇보다도 산업전후방 연계고리가 확실한 데다 산업 특성이 거의 비슷한 주력 기업집단을 형성한 지역이 눈에 띈다. 이 지역은 구미(모바일), 창원(기계), 울산(자동차), 광주(광산업) 정도일 것이다. 주력 산업과 전후방 연계 구조가 뚜렷하다.

 두 번째로 대량 소비기지(수도권) 주변에서 지원 역할을 하되 단일 산업군으로 묶기가 결코 만만치 않은 복합 배후기지다. 반월·시화 산단은 수도권의 배후기지라는 점에서 그 나름대로 소비자군을 확보하고 있지만 기존 산단과 소비기업군이 어떻게 연계성 있는 클러스터로 구성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기 힘들다. 갈수록 중국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힘들고 공동화의 대표적 사례 지역이라는 점에 대한 고찰도 잘 보이지 않는다.

 세 번째는 찬찬히 성장하면서 아직은 확실치 않지만 가능성을 보이는 지역이다. 원주 산업단지는 의료기기 특성화 산단이라는 명확한 색깔을 갖고 있다. 아직은 규모도 작고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력 확보 여부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연구의 핵심인 대학과 기업 간 확실한 연계고리가 있는 등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해 준다. 그만큼 지원전략도 명확해진다.

 이런 점에서 이들 산업단지의 미래는 밝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그 희망찬 계획의 나머지 부분에 속한 단지들이다. 산단공은 아직 전국에 산재해 있는 약 16개 국가 산단 클러스터 구성에 대한 그림 구상에까지는 힘이 미치지 못하는 듯하다.

 하지만 정부의 숙제는 그 나머지 산업단지에 대한 정책까지 포함된다고 본다. 2008년까지 7개 산단이 잘 성장하는 동안 16개 산단은 뭘 할지 의문이다. 혁신클러스터 구상에 따르면 정부나 산단공이 그나마 우선시하는 전국의 7개 산업단지 계획도 98년까지의 중단기 계획에 불과하다. 하지만 정작 더 큰 문제는 나머지 산업단지다. 놔두어도 잘할 수 있는 산업단지에 더욱 채찍질을 가해 잘하도록 하는 것도 좋다. 그러나 참여정부가 내세운 ‘지방시대’가 이런 몇몇 잘되는 산업단지를 앞에 내세우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만일 혁신클러스터 구상이 전국의 ‘잘 나가는’ 국가산단만의 잔치일 뿐 나머지 스러져 가는 국가산단은 물론 지방산단을 외면한 채 아무런 복안 없이 진행된다면 그것은 탁상행정이다.

 정부는 지난 10년 이상 중앙은 물론 전국의 각 지방 방송과 신문을 통해 줄곧 지적되어 왔던 진정한 지방시대 열기에 눈을 떠야 한다. 혁신클러스터라는 큰 그림은 취할 것과 버릴 것에 대한 과감한 선택에 다름 아니다. 과감히 버리는 결정을 내리는 데도 책임이 따르는만큼 혁신클러스터 선언이 앞으로 실질적인 것이 되려면 이러한 책임을 수반하는 과감한 결정이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이 문제 또한 정부와 산단공의 숙제다.

이재구 경제과학부장@전자신문, jk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