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SW협회의 과제

 최헌규 다우기술 사장이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이하 한소협)의 새 회장으로 내정됐다. 최 회장 내정자는 30일 정기 총회에서 제 9대 회장으로 정식 선임될 예정이다. 어렵게 새로운 선장을 뽑은 한소협에 축하를 보내지만 한쪽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기에 우려의 마음도 적지 않다.

 한소협은 가장 오랜 역사와 가장 많은 회원사를 거느리고 있는 국내 최대 IT단체다. 지난 88년 설립돼 18년 동안 우리나라 소프트웨어(SW)산업과 발걸음을 같이 해 왔다. 회원사의 수도 한때는 1200개사에 달했다. SW진흥법에 의거한 법정단체로서 지위도 갖고 있다. 하지만 지금 한소협의 모습에서 과거의 위용을 찾기란 쉽지 않다. 지난해 11월 회장이 전격 사퇴하고 그 후 대행체제로 지금까지 유지돼 왔다. 차기 회장 물망에 올랐던 인사들이 완강히 고사하면서 지난 24일 이사회 직전까지 차기 회장의 윤곽이 그려지지 않을 정도로 회장 선임에 난산을 겪었다.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최 사장도 한소협을 이대로 놔둬서야 되겠느냐는 협회의 읍소에 어려운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올해를 SW육성 원년으로 선언했다. 우리나라 SW기업들이 글로벌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지원과 육성책이 잇따라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올바른 정책을 유도하고 시장활성화에 가장 큰 역할을 해야 할 협회가 회장단조차 구성하지 못했다는 것 자체가 정부 입장에서도 딜레마였음은 분명하다.

 그만큼 최 회장의 한소협 앞에 펼쳐진 길은 잘 닦인 ‘아스팔트 길’이 아니라 ‘가시밭 길’이다. 먼저 하나 둘씩 협회에 등을 돌리고 있는 회원사들의 발길을 붙잡아야 한다. 원인이야 무엇이든 회원사 스스로 협회의 기능을 상실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면 협회가 설 자리는 없어진다. 협회가 존재하는 것은 회원사가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의 한소협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바로 회원사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또 최 회장의 내정으로 대형 SI기업 대표가 한소협의 회장을 맡아왔던 관례를 깨뜨렸다는 점에서 이들 SI기업과의 관계설정도 관건이다. 대형 SI기업 대부분이 회장단에서 사의를 표명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소협은 자칫하면 말 그대로 SW업체만의 단체로 위상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SI업체들이 한소협과 별도로 모임을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 있었다는 사실도 이 같은 우려감을 더해 준다.

 과거 협회활동에서 배제돼 온 전문 SW업체들의 불만도 어떻게든 최 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최 회장이 SW업체 CEO이기 때문에 그동안 SI업체 위주로 진행돼 온 협회활동이 개선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 같은 중소SW업체들의 요구는 가뜩이나 협회에 등을 돌리기 시작한 SI업체들에 상대적인 박탈감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 회장에게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대목이다.

 협회는 이제부터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난제들을 하나 둘씩 해결해야 한다. 앞서 지적했듯 회원사 없는 협회는 존재하지 않는다. 협회 파행의 원인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있다. 그리고 그 책임은 당연히 협회 사무국의 몫이다. 비록 오랜 기간 진통을 겪었지만 협회는 신임 회장을 선임하고 정상운영의 기틀을 마련했다. 최 회장이 지난 4개월 동안 회장대행 역할을 수행하면서 협회를 둘러싸고 있는 문제점들을 누구보다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게 유일한 무기일 수 있다. 한소협은 지금 부터 회원사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해야만 한다. 최 회장의 한소협이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하는 국내 SW업체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를 기대한다.

 양승욱부장@전자신문, swy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