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동안 차곡차곡 나이테를 만들어 온 한국 온라인게임이 100년을 살 거목으로 커 나가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자양분을 만들어야한다. 정부 청사진대로 오는 2010년 세계 3대 게임강국에 진입한다 더라도 정작 중요한 것은 그 후부터이다. 당면한 현실을 바탕으로 미래에 대한 탄탄한 로드맵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력, 자본, 기술, 브랜드, 이용자 측면의 5대 과제를 중심으로 ‘100년 먹거리’를 점검해 본다.
◇기술= 미국이 최강의 IT 선진국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한국을 부러워하는 몇가지 안되는 분야중 하나가 온라인게임에서의 ‘서버기술’이다.
애써 가르치지도 않았지만, 한국은 서버기술에서 만큼은 최강의 국가로 자랐다. 세계 최고의 초고속 인프라 기반에서 게임을 온라인화하는 처음 시도가 한국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누구도 가지 못하는 전인미답의 길은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지만, 그만큼의 기득권도 보장받는 것이다.
서버기술 만큼 한국은 프리미엄 국가가 분명하다. 앞으로 100년동안 우리가 지켜가야할 무기이기도 하다. 만들기 잘하는 미국이나, 따라하기 좋아하는 중국이나 온라인게임 기술에 있어서 만큼은 한국에 뒤져있다.
지금부터라도 이 기술을 표준화하고, 세계적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일이 필요하다. 중국 등 해외 각국이 자국 시장에 대한 규제를 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는 기술에 대한 배타적 규제를 서둘러야한다.
시장은 흔들리고 위협받아도 기술은 흔들리지 않는다. 지난 10년간 축적해온 온라인게임 분야에서의 선도기술은 우리가 앞으로 지향해야 할 100년 근력의 원천이다.
◇자본= 대부분의 선도업체들이 국내외 기업 공개(IPO)를 통해 자금적 밑바탕은 이미 형성했다. 하지만 미국, 일본의 세계적인 게임업체들과 경쟁하기에는 여전히 초라하기 짝이 없는 밑천이다. 자본은 사람과 개발을 움직이게 하는 기름 같은 것이다. 산업과 돈이 함께 움직이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자본 측면에서 한국은 기업 스스로에 너무 맡겨뒀다. 살면 살고, 말면 그만두라는 얘기와 같다. 이제는 기업 및 공적부문의 투자·자금운용이 게임쪽으로도 흐를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의지가 필요하다. 한국이 진정한 게임강국으로 성장하려면 그만큼의 산업 외적 투자와 관심이 필요하다. 한 해에만 수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세계적인 기업들과 직접 경쟁하라고 주문하기 이전에 그 산업적 가치에 맞는 투자가 필요하다.
기업들도 시각이 달라져야 한다. 언제까지 우물안 개구리처럼 한국안에서 자족할 수 없다. 해외의 거대자본을 활용할 용기와 기회를 찾아야한다.
나스닥은 물론이고 일본 자스닥, 홍콩증시 등에 적극적으로 기업을 내놓을 수 있는 가치 키우기와 자신감이 필요하다. 이미 몇몇 선례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자본의 힘이 전부는 아니지만, 전부를 만들게하는 기초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
◇브랜드= 세계 게임시장의 5% 안팎을 점유하고 있는 한국엔 아직도 세계적 스타 기업과 빌리언셀러 게임이 없다. 온라인게임에 대한 해외시장의 이질적 인식이 가장 직접적 원인이지만, 브랜드화에 대한 준비와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10년 된 기업 및 게임이 30∼40년씩 된 기업과 게임에 비길것인가라는 산술적 비교방식은 지금시대에 통하지 않고 맞지도 않다. 이제 온라인게임 개발사하면 ‘어디’, 온라인게임 하면 ‘무엇’ 인가에 대한 대답이 한국에서 나와야한다.
세계적 브랜드 작업에서 이미 한국은 넥슨, 엔씨소프트, 그라비티, NHN 등과 같은 우량 기업을 배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이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일렉트로닉 아츠(EA), 코나미, 남코, 닌텐도 등의 세계적인 브랜드와 맞설려면 아직도 갈길이 멀다.
온라인게임은 이제 이단에서 변화의 중심무대에 올라서 있다. 그 무대를 점령하려는 해외 유수 선수들의 달음박질이 숨가쁘게 우리를 쫓고 있다.
한국이 진정한 온라인게임의 종주국으로 자리하려면 적어도 2∼3개의 세계적 명가를 배출해 내야 한다. 국내에서 아옹다옹하다간 실기할 가능성이 더 크다. 세계적인 트랜드와 요구를 반영한 게임 브랜드가 만들어지고, 그 계보가 이어질 때 100년의 뿌리는 더욱 굵어지게 된다.
◇인력= 어떤 산업이든 해당분야의 근본적인 문제는 ‘사람’에 관한 것이다. 얼마나 경쟁력있는 인력기반을 갖추고 있는가가 그 산업 경쟁력의 원천인 것이다.
한국은 온라인게임 분야에서 세계적 기술과 최고급 인력을 갖고 있다. 그런 점에서 당분간 세계시장을 호령할 수 있는 충분한 기초체력은 갖춘 셈이다.
수십년 전부터 비디오게임, PC게임 등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어온 미국의 프로듀서인 게리엇 형제와 빌로퍼 등을 온라인게임분야로 불러 들여, 한국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개발 프로젝트로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온라인게임 경쟁력 때문이었다.
한국의 온라인게임 개발자들은 출발부터 세계적으로 첫 시도를 여러번 실행에 옮겼다. 지금은 20만명을 훌쩍 넘긴 동시접속자 상황에서도 게임이 돌아갈 수 있게 만든 사람들이 한국에 몰려있다. 동시에 여러 사람이 몰려있는데도 그래픽과 배경 동영상이 끊김 없이 3D로 표현될 수 있도록 만들 이들도 모두 한국에서 나왔다.
그러나 100년 뒤에도 이 원천 생명력과 체력이 유지될까. 돈과 기회를 찾아 인력들이 중국으로 급속도로 빠져나가고 있다. 초대형 기업들 조차 국내 인력을 체계적으로 키우는 방법보다 해외 유력 개발자들에게 손을 뻗어 당장의 이름값을 취하는 쪽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인력 문제에서 한국은 체계와 육성이라는 기본 조건을 다시 생각해야한다. 개발과 상품화, 유통 전반까지를 관통할 수 있는 우리 만의 인력 발굴, 양성, 조직화 시스템이 필요하다. 또 세계적인 명성의 온라인게임 명인을 만들어낼 수 있는 토대 마련이 시급하다.
◇이용자= 한국의 게임이용자는 두말할 것 없이 세계 최고의 심미안과 선택 기준을 갖고 있다. 한국에서 통하는 게임은 세계에도 통한다는 법칙이 이미 만들어져있고, 전세계에 적용되고 있다. 블리자드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 소니온라인엔터테인먼트의 ‘에버퀘스트2’, 코에이의 ‘대항해 시대 온라인’ 등이 한국을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실 한국의 온라인게임을 월드베스트 상품으로 만든 것은 바로 두텁고 수준 높은 이용자 기반이다. 이들이 없었다면 한국은 게임이란 신천지에 발 조차 들여놓치 못했을 것이다.
이제 이런 탄탄한 이용자 풀을 산업의 경쟁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체계적 학습과 실천이 진행돼야한다. 지난 10년간 온라인게임의 기준을 만들고, 그것을 시장에 적용시킨 힘이 이용자로부터 나왔다. 제조산업의 소비자가 그렇듯, 게임의 이용자 역시 시장과 산업을 동시에 지배한다. 세계 최고의 이용자를 갖고 있다는 것은 그 산업 자체가 세계최고가 될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이다.
이용자 입장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 지속성이 게임의 특성이기도 하지만, 한 지점에 표착한 이용성향을 가지고서는 시장을 지배할 수 없다.
사실 그동안 한국은 온라인롤플레잉게임(MMORPG)에 너무 체력을 소진해왔다. 수많은 업체들이 그게 일종의 블랙홀인줄 알면서도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시장구조가 존재하고 있다.
이제는 달라져야한다. 새로운 시도와 경험은 바로 이용자의 요구로부터 나온다. 최근 캐주얼 게임이나, 스포츠게임, 대전형 온라인게임 등의 다채로운 시도가 나오고 있는 것이 유난히 반가운 것도 이 때문이다.
이용자의 눈높이와 요구에 맞춰가다 보면 세계적 온라인게임의 전형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용자가 요구하고, 개발사는 그것을 수용해 맞추는 개발작업이 지속되는 것만이 한국 게임산업의 전진을 보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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